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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홀로 고요히 머물러라”

「가톨리시즘」 저자 배런 주교, 코로나19 관련 묵상글 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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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엔젤레스대교구 로버트 배런 주교<사진>는 최근 가톨릭 미디어 사이트 워드 온 파이어(www.wordonfire.org)에 코로나19와 관련된 묵상 글 ‘코로나바이러스와 홀로 고요히 있음’(The coronavirus and sitting quietly alone)을 실었다. 격리 생활을 영적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배런 주교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배런 주교는 워드 온 파이어 설립자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가톨릭 정신을 알리는 데 헌신하고 있다. 국내에선 「가톨리시즘」(생활성서) 저자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위대한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류의 모든 문제는 홀로 방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문제의 본질을 외면케 하는 일련의 유흥 활동으로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마비되면서 파스칼의 이 명언이 내 마음에 떠올랐다. 쇼핑몰, 음식점, 경기장 등 우리가 친교와 유흥을 찾았던 곳들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코로나19로 격리된 현 상황을 삶의 중대한 질문과 진지하게 대면하면서 방 안에 홀로 앉아 ‘내적 수행으로의 초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피정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네 복음서 중 하나를 통독해보기를 권한다. 올해 전례력에 따라 주일 복음으로 낭독되는 마태오 복음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참에 영성 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은 어떤가. 비록 그가 1700년 전 인물이기는 하지만, 영성 생활을 추구하는 현시대 사람들은 아우구스티노 성인 이야기에서 자기 자신의 삶의 윤곽과 궤적을 성찰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영성가인 토마스 머튼의 자서전 「칠층산」과 함께 조용히 머물기도 추천한다. 한때 자아도취에 빠진 속인에서 트라피스트회 수도자로 거듭난 저자의 여정에서 독자는 눈을 뗄 수 없이 책 속에 빠져들 것이다. 머튼은 더 나은 기도 생활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십시오”라고 답했다.

지금 우리에겐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다. 이번 기회에 묵주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묵주기도는 가톨릭 전통에서 가장 탁월한 기도 중 하나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게 된다. 또 피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천상과 지상의 가장 강력한 전구자이신 성모께 우리 자신을 맡길 수 있다.

코로나19로 우리는 다른 이들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고독과 침묵을 영적인 분위기 속에서 받아들이자.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해변과 들판, 언덕을 거닐며 산책을 해도 좋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있는 그대로를 하느님께 말씀드리고, 그분께서 당신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여쭤보자. 당신이 하느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더 큰 친밀함을 그분과 갖기를 원하는지 말씀드리자. 휴대전화는 잠시 치워 놓고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들어 하느님 창조물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며 그분께 감사드리길 바란다.

파스칼의 말이 맞다면, 우리의 가장 깊은 문제들은 방에 홀로 앉아 영적 묵상을 하면서 해결될 수도 있다.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견뎌내고 있는 격리 생활은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른다.



정석원 인턴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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