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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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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에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성모님께 도움을 청해야 한다. 그분의 도움으로 사순이라는 사막을 통과하고, 질병과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의 신앙을 증거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CNS 자료 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 묵상글



미국 로스앤젤레스대교구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사진>는 최근 가톨릭 미디어 사이트 안젤루스(Angelus)에 ‘코로나19 사태 안에 신이 어디 있느냐?’는 사람들의 물음에 대해 사목자로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미국 내 가장 큰 가톨릭 공동체로 알려진 LA 대교구장이자 미국 주교회의 의장인 그가 묵상한 글 ‘껴안을 수 없는 시간 속에서의 사랑’(Love in a time without hugs)을 요약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춘 사순 시기

사순은 40 주야를 단식하며 유혹받으신 예수님과 항상 함께하는 사막 여정을 말합니다. 호세아 예언자는 주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의 마음에 말씀하시려고 그들을 사막으로 이끈다고 말합니다. 이번 사순은 마치 전 세계가 사막으로 인도된 것 같습니다.

저는 잠들지 않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이자 가장 붐비는 도시 중 하나인 LA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거리는 비어있고, 거대한 침묵이 LA 전역에, 미국 전체에, 그리고 세계 모든 곳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우리는 인류 문명의 중단화 현상을 목격하였습니다. 여행, 상업 및 경제 생산은 모두 중단되었고, 수백만의 사람이 직장을 잃고, 정부는 이들이 집에 머물 것을 명령했습니다. 올 초에 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수십만 명이 감염되었고 수만 명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

교회는 전염병이 흔할 무렵에 탄생했습니다. 때는 3세기 중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디오니시우스는 부활 메시지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이, 그 어떤 질병보다 끔찍한 전염병이 시작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묵상하면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사막에서 우리 마음에 말씀하신다면, 그분이 말씀하시는 바는 무엇일까? 저는 바로 이 질문을 고통에 찬 많은 분에게서 듣습니다. “하느님은 어디 계십니까? 코로나19 사태 속 그분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신앙은 하느님께서 악을 일으키지 않으시되, 악으로부터 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의도로 그것을 허락하심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방식은 인간에게 언제나 신비로 남지만, 우리는 모든 창조물과 우리 각자에 대한 그분의 사랑 안에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성심을 보았기에 그분의 사랑이 참되다는 것을 압니다.

예수님께서는 치유자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가시는 곳마다 눈먼 사람들과 귀먹은 이들, 중풍병자와 장애인, 간질과 나병환자 등 만성 통증과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연민으로 열린 마음 그리고 사랑으로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해 준비된 손으로 이 세상을 돌아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그때도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내가 모범을 보였으니 너희도 이와 같이 하여라.” 예수님을 따르며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전염병과 유행병이 만연했던 때에도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그들은 아픈 이들을 돌보고, 죽은 이들의 장사를 지내고, 슬퍼하는 이를 위로하며 자주 큰 희생을 바치며 삶의 위험에 처하기도 하였습니다.



아픈 이들 위해 봉사한 성인들

교회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성인 몇몇 분들은 아픈 이들을 위한 봉사자였습니다. 저는 요즘 몰로카이 섬에서 나병환자들을 돌보신 다미아노 성인과 마리엔느 코프 성녀, 그리고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성녀를 떠올리게 됩니다.

성인들은 현 위기 상황에서도 탄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의 이름과 이야기들을 결코 알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 순간들을 남녀 모두가 용기와 사랑을 가지고 이웃들을 위해 헌신했던 때로 기억할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분들을 돌보는 의료진이나 사제, 수도자 그리고 신자만을 국한해 성인이라 함은 아닙니다. 이분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며 하느님께 희망을 둠을 몸소 보여주시는 부모님 역시 성인들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담한 현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껴안을 수 없는 이때에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또 사랑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우리는 전화 통화와 미디어를 통해 사랑할 수 있고, 희생을 바칠 수 있으며, 서로에게 귀 기울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며 기도하자

이러한 대유행 속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고요? 성인들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Ubi caritas et amor, Deus ibi est.)” 그렇기에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서로 사랑합시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성모님께 도움을 청합시다. 그분의 도움으로 우리가 사순이라는 이 사막을 통과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의 십자가를 지도록, 질병과 죽음의 어둠 속에서도 또 우리가 살고 있는 불확실한 현실 안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천국에서 우리의 신앙을 증언하도록 말입니다. 번역=정석원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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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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