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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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강우일 주교가 풀어낸새 회칙 「모든 형제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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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가톨릭 자선단체 신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도 나눔을 통해 사회적 우애를 발휘하는 모습.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3일 새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발표했다. 회칙의 부제는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으로, 교황은 지구촌의 대화와 협력, 사랑을 통해 인류의 진정한 사회적 우애를 건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교황이 강조하는 새 회칙의 뜻과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특별기고 ‘강우일 주교가 풀어낸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모든 형제들」’을 5회에 걸쳐 싣는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건네는 선물이기도 하다.



도입

프란치스코 교종은 오늘 사람들 사이가 갈수록 단절되고 닫힌 사회로 조각나고 있음을 안타까이 여기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거리를 좁혀가고자 이번 교서를 펴내셨다. 사람이 만나는 상대가 누구든, 어떤 집안 출신이고, 어떤 일을 하고, 어느 지역에서 살든, 그런 속성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상대를 형제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어디를 가나 평화의 씨앗을 심고,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고 쫓겨난 이들을 자신의 형제자매로 여기고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러한 형제애가 이 교서의 핵심적인 주제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십자군 전쟁으로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 이집트의 술탄(임금) 말리크엘 카밀을 찾아가셨다. 성인은 온갖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슬람 임금을 찾아가셨지만, 토론이나 논쟁으로 상대를 설복시키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하느님이 빚으신 같은 피조물로서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를 취하셨다. 비록 다른 신앙을 가진 상대라도 그에게 적의나 증오로 맞서기보다는 스스로를 낮추며 형제적인 겸손으로 다가가셨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러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적 유산을 계승하며 아부다비에서 이슬람의 영도자 아흐메드 알 타예브(Ahmad Al-Tayyeb)를 만나고 그와 함께 공동 문서를 채택하며 선언하셨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이 똑같은 권리와 의무와 품위를 지닌 존재로 창조하셨고, 서로 모두 형제자매로 살아가도록 부르셨다.”



1장

닫힌 세상을 뒤덮은 먹구름

최근 세계에 근시안적, 공격적, 적대적인 국가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며 역사가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갈수록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의 단위나 규모는 커지지만 모두 개인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다 보니 공동체적 시선은 사라지고 모두가 더욱 외로움의 포로가 되고 있다.

세계화 현상은 힘 있는 이들의 입장과 권리는 지켜주지만,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는 힘없는 이들의 입장은 조금도 대변해 주지 못하고 갈수록 더 상처받고 지배당하는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존경과 돌봄의 대상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이를 망각하고 가난한 이들, 별 쓸모가 없는 장애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 필요하지 않은 이들, 노인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한없이 소비하고 버리는데 익숙한 오늘의 사회는 인간도 효용성이 사라지면 버리는데 익숙해져 가고 있다.

국제 공동체는 그동안 인간을 노예화하는 다양한 사례를 끝내기 위해 많은 협약을 채택하고 전략을 펼쳤으나, 아직 지구 상에는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몇백만이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당하고 소유물 취급을 당하고 있다. 범죄조직들은 사람들을 납치, 인신매매, 윤락, 낙태, 장기 매매의 수단으로 유린하고 있다. 전쟁, 테러, 인종차별과 종교 박해 등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짓밟는 수많은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어디에서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오늘의 극단적 무질서와 불안한 상황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 다른 문화, 다른 인종에 대해 갈수록 높고 두꺼운 벽을 쌓게 한다. 물리적인 벽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벽, 심리적인 벽을 쌓게 한다.

선진국들은 과학, 기술, 의약, 산업, 복지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이룩하기는 했으나, 그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그 이면에는 윤리적인 퇴보가 진행되어 영성적 가치와 책임감이 상실되고 국제적 연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많은 이들이 좌절감에 빠져들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추종하는 이들은 이주민들이 대거 국경을 넘어올 때 자국의 경제에 다양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임을 논증하며 이주민의 행렬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은 가족과 함께 전쟁과 자연재앙과 박해를 피하여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이다. 인신매매 조직, 마약 조직, 무기밀수업자들은 집과 고향을 떠나 무방비 상태인 이들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이윤을 추구한다.

현대의 디지털 문화가 인간의 소통을 기계적으로 원활하게 하는 기능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 사이에 미움과 파괴를 쉽게 확산시키고 중독과 고립을 심화시키거나 인격적 관계의 심화를 저해하기도 한다. 디지털 연결성은 인간관계의 진정한 다리를 놓아주지도 못하고 인류를 하나로 엮어주지도 못한다.

이런 가지가지의 구름 낀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도 우리는 아직 다양한 희망의 징조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의 팬데믹 상황에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여 있어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든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 많이 있었다. 의사, 간호사, 약사, 슈퍼 주인, 미화원, 공공운송 종사자, 생활필수품을 공급하는 노동자, 공공안전요원, 자원봉사자, 사제, 수도자 등 이런 이들의 도움 없이 아무도 혼자서 스스로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다.

 

 

 

 

 

 

 
 

 


강우일 주교 (제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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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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