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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73) 중국의 홍콩 탄압은 그리스도교를 겨냥할까?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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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초 홍콩 민주화 운동가 3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반중매체 ‘반괴일보’ 사주 지미 라이는 홍콩보안법 위법으로 구금됐다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 가택연금 중이다. 일련의 사건들은 중국이 홍콩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한편 1997년 홍콩을 반환하며 한 ‘일국양제’라는 원칙을 지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전혀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초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실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많은 이들이 홍콩 민주주의의 종말을 예견했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중에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투옥되거나 가택연금 돼 있는 반체제인사들 4명 중 3명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중 두 명은 가톨릭 신자다.

지미 라이와 징역 10개월 형을 받은 아그네스 초우는 가톨릭 신자다. 초우는 2019년 홍콩 당국이 집회를 불허했지만, 집회를 강행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라이는 지난해 11월 가톨릭 종교자유 단체인 액튼 연구소(Acton Institute)로부터 자유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가 받아야 할 고통을 받을 준비가 됐다”며 하느님에 대한 신념을 밝히고,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견하기도 했다. 13개월 형을 받은 조슈아 웡은 복음주의교회 소속 그리스도인으로 공공연히 자신의 신앙이 정치 활동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홍콩 인구의 12만이 그리스도인이지만, 홍콩의 저항운동에는 그리스도인의 영향력이 스며들고 있다. 2019년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주님께 알렐루야를 노래하자’라는 성가가 시위대 사이에 울려 펴졌다. 정치 집회는 허가하지 않아도 종교 집회는 허가하는 홍콩정부를 이용한 전략이기는 했지만, 시위에서 성가가 울려 퍼진 것은 많은 민주화 운동가들이 신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스도교 박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을까?

언뜻 보면 조금 과해 보이긴 하다. 웡과 초우, 아이반 람 등 민주화 운동가 3명과 지미 라이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당국의 목표가 됐다는 증거는 없다. 사실 홍콩의 친중국 행정장관인 캐리 람은 가톨릭계 학교인 성 프란치스코 카노시안 칼리지(고교)를 졸업한 가톨릭 신자다. 이들 민주화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중국 정부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에 투옥됐다. 라이가 결국 징역형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솔직히 말해서 홍콩에는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다. 몇몇 나이든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은 홍콩당국 편에 서서 집회를 지지하지 않고 진흙탕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기도 하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치 문제이지 종교 문제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종교를 이 문제에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떤 문제에 종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이는 추정이 아니라 사실이다. 홍콩에서 펼쳐지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절실한 종교적 신념으로 민주화 운동에 나서고 있다.

아그네스 초우는 지난 2019년 한 인터뷰에서 “나는 가톨릭 신자이며,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나의 신앙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나의 신앙과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바탕으로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 이 홍콩 민주화 운동이라는 드라마의 줄거리에서 신앙을 빼면 안 될 듯하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종교 박해에서 생각해볼 중요한 관점이 가해자의 동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엘살바도르의 성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전형적인 예가 될 수 있다. 1980년 로메로 대주교가 미사 집전 중 총에 맞았을 때, 암살자가 종교적 증오에서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을 것이다. 대다수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가톨릭 신자임을 감안하면, 그도 가톨릭 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이 암살자의 동기보다는 왜 로메로 대주교가 총을 맞을 수밖에 없는 입장에 서게 됐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로메로 대주교는 그의 깊은 신앙으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위험을 무릅썼다. 결국 그는 2017년 시성됐다.

같은 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성 절차를 수정해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을 시복시성하기 위한 범주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종교적 증오 때문에 목숨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아니라 오직 종교적 신앙으로 희생된 경우가 해당된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이 귀결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이들 민주화 운동가들을 수감하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먼저 초우와 웡을 비롯해 감옥에 갇힌 이들이 하고 있는 일과 이들이 감옥에 갇히게 된 이유가 중요한 것이다. 만일 이들이 하는 일과 감옥에 갇힌 이유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그리스도교와 관련이 있다면, ‘그리스도교 박해’라고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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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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