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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나눔 이어온 ‘기부 천사’

[교황을 기다리는 사람들] 시복미사에서 예물 봉헌하는 강지형·김향신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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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시복미사에서 예물을 봉헌하는 강지형(오른쪽)ㆍ김향신씨 부부는 교황님과의 만남이 이들 생애의 가장 큰 감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7일 강씨 부부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유리 기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울컥해요. 아직도 교황님을 실제로 뵌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부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미사에서 예물을 봉헌하는 강지형(요셉, 59, 서울 성북동본당)ㆍ김향신(마리아, 56)씨다.

부부는 일주일 전 시복미사 예물 봉헌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특별할 게 아무것도 없는 저흰데….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너무 큰 감동이었습니다.” 아내 김향신씨는 예물 봉헌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7일 부부가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의 카페 ‘죠셉의 커피나무’를 찾았다.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이들이었다. 특별할 거 하나 없다는 부부는 30년 전부터 카페 수익의 일부를 꾸준히 기부해온 기부천사였다.

“항상 첫 번째는 주님께 드린다고 생각하고 매일 첫 손님이 내는 돈을 모아 주님께 봉헌합니다.”

강씨가 ‘첫 테이블 봉헌’이라고 말하는 이 기부는 30년 전 카페를 시작하면서부터 계속해오고 있는 아름다운 습관이다. ‘주님 몫은 절대 손대면 안 된다’는 철칙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첫 테이블 봉헌’은 빼놓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매달 첫 금요일에는 하루 수익 전체를 주님께 봉헌한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돌아가신 금요일에 그분께서 말씀하셨던 이웃 사랑을 실천하려는 뜻에서다.

이렇게 부부가 나눔의 삶을 살게 된 데는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 강웅천(미카엘)군의 영향도 없지 않다. 중학교 1학년 때 주님의 품으로 간 강군은 어린 나이에도 주님의 말씀대로 사는 아이였다. 용돈을 주면 은행의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모두 집어넣고, 엄마 아빠에게 ‘우리는 모두 하느님 자녀인데 엄마 아빠 자식이라고 우리만 챙기면 안 된다’며 다른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운동회가 있을 때면 도시락을 4~5인분씩 싸가 집안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 먹었다.

부부가 ‘미카엘나눔회’(지도 조영관 신부)를 만든 것도 강군의 뜻을 잇고 싶어서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미카엘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 미카엘나눔회 활동을 보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미카엘나눔회는 강씨 부부를 중심으로 300여 명의 회원이 벼룩시장, 일일 찻집을 통해 모금활동을 하는 단체다. 미카엘나눔회와 카페 수입에서 나온 기부금은 카리타스로 전달된다. 김씨는 “가난으로 굶어 죽어가는 자식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곳”이기에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을 사랑으로 나누는 부부였다.

바티칸 전례에서는 통상 자녀가 셋 이상인 가족이 함께 예물봉헌을 한다. 이번 시복식에도 강씨 부부와 셋째 예은(완숙골롬바, 중1)양과 막내 세은(마리에타, 초4)양이 모두 함께 입장한다. 시복식에는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에 다니는 아들 강선훈(요한 세례자, 27) 신학생이 복사를 설 예정이라 더욱 특별하다. 첫째 딸 강승지(레지나, 32)씨를 빼고 온 가족이 시복미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부부는 요즘 매일 묵주기도를 바친다. 교황 관련 책을 읽고 기도도 하면서 교황을 맞을 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예물봉헌에는 신자들의 기도와 영혼을 주님의 제대에 예물로 올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사는 강씨 가족이 우리의 마음을 주님께 올려줄 것을 기대해본다.

김유리 기자 luc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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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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