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우리 일상은 물론 신앙생활까지 달라지는 비정상이 정상이 된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서, 교회는 가난한 이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보장체제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10·11면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은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사장 조정래 신부)과 공동으로 9월 5일 제11회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발표자와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중계됐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진단과 이후의 사목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비대면 활동이 일상이 되는 가운데 전례와 성사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교회 공동체가 세상을 향한 ‘야전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교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형제애와 연대의 뉴 노멀’을 주제로 발표한 서울 이문동본당 주임 박동호 신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은 착한 사마리인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떠받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도 교회가 앞장을 서는 것, 그것이 바로 교회가 돌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코로나19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국가 국민건강보험제도를 교회의 사회교리가 제시하는 연대와 공동선 원리의 현실적인 사례로 널리 알리고, 공공의료 확충과 전염병 관리 전문가 양성 등 사회 의료보험보장 체계 확립에 교회가 앞장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서는 온라인 미사가 갖는 전례적 의미에 대한 신학적 논란도 다뤘다. 안동교구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는 ‘코로나 시대의 신앙?종교사회적, 교회론적 전망에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온라인 미사 유효성과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사 거행 방식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해왔다며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특히 본당 안에서 전례와 성사로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신자들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신앙생활을 지탱할 수 없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정용 신부는 ‘코로나 사태와 교회: 인간 구원의 성사인 공동체’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교회 공동체, 특히 본당 공동체 쇄신과 변화를 촉구했다. 김 신부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각각 성직자에서 하느님 백성으로, 성당에서 일상으로, 교회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중심 이동을 통한 쇄신과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교회 안에서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걸어가는 공동합의성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 5월부터 본지와 동복원이 공동 진행한 동명 기획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본지는 그동안 교회 사목 다양한 분야에 걸쳐 코로나19가 미친 현상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이 외에도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 시대 청소년 사목 방안,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된 생태파괴와 세계화를 막을 대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망 등이 논의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인간 탐욕이 불러들인 현실적인 재앙에 대해 교회 본연 신앙을 회복하는 길이야말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이라면서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심도있게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사목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에 큰 감사를 드린다”고 격려했다.

심포지엄 내용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