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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17)죄를 없애는 자선

참회의 길, 자선 베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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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물이 불을 끄듯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30) 지옥 불이 구원의 물인 세례로 꺼지듯 자선과 사랑의 의로운 행위로써 죄의 불꽃이 사그라진다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나고 증명됩니다. 세례에서는 죄의 용서가 한 번 베풀어지지만,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선행은 세례를 본받아 하느님의 용서를 새롭게 베풀어 줍니다.

주님께서도 복음에서 이러한 사실을 가르쳐 주십니다. 당신 제자들이 먼저 손을 씻지 않고 먹는다고 비난을 받았을 때, 당신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겉에 있는 것을 만드신 분께서 속에 있는 것도 만드셨다.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너희에게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40-41) 손을 씻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씻어야 하고, 겉보다는 속에 있는 더러운 것을 벗겨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고 밝혀 주신 것입니다.

사실, 속에 있는 것을 깨끗이 씻은 사람은 겉에 있는 것도 깨끗이 씻은 셈입니다. 정신이 깨끗해지면 피부와 육체도 깨끗해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깨끗해지고 정화될 수 있는지 권고하고 알려주시면서 자선을 행하라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자비로우신 그분께서는 자비를 베풀라고 권고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엄청난 대가로 속량하신 이들을 구원하려 애쓰시며, 세례의 은총을 받은 다음에 더러워진 이들이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고 가르쳐 주십니다.”(키프리아누스, 「선행과 자선」 2)



죄를 없애는 자선에 관한 최초의 신학 논증

데키우스 황제(249~251)의 박해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52년에 전염병이 아프리카를 휩쓸었다. 수많은 사람이 병고와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상황에서 북아프리카 교회의 수장이던 키프리아누스 주교는 민중과 함께 아파하고 연대할 것을 호소하는 「선행과 자선」을 썼다.

이 작품에서는 세례받은 다음에도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통해 깨끗해진 상태로 다시 오실 주님을 맞아야 한다는 종말론적 긴장감을 지니고 살았다. 세례받은 뒤에는 좀처럼 죄를 용서받을 수 없었고,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매우 길고 가혹한 공적 참회 절차를 거쳐야 겨우 용서받을 수 있었다.

죄를 지은 그리스도인들은 참회를 죽기 직전으로 연기하기 시작했다. 세례받은 뒤 죄를 짓고 고달프게 참회하느니 차라리 죽기 직전에 세례받자는 관행이 생겨났다. 참회가 죽음을 준비하는 형식적 수단으로 전락하기 시작하던 이 상황에서 키프리아누스는 참회의 실천적 의미를 신학적으로 논증해냈다. 자선이야말로 탁월한 참회 방법이며 죄를 용서받는 길이라는 확신을 교회에 심어 주었다.



불의한 마몬으로 베푼 자선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도 죄의 고백뿐 아니라, 죄를 슬퍼하는 행위, 겸손과 자선, 기도와 눈물을 통해서도 진정한 참회를 할 수 있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참회에 관한 설교」 2,1-3,4)

훗날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주제를 심화하면서도, 참회의 합당한 열매 없이 불의한 마몬으로 베푼 자선이 자동으로 죄를 용서해 주지는 않는다는 중요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신국론」 21,27)

진실하고 정의롭고 겸손한 자선만이 ‘죄의 용서’라는 은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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