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기관/단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교부들의 사회교리] (31)이자놀이의 죄악

이자놀이, 복음적 삶과 조화 이룰 수 없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최원오 교수

 

 


“구리나 금 같은 불임의 물질에서 후손을 찾지 마십시오. 부자들의 사업을 위해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을 몰아붙이지 마십시오. 돈을 청하는 이에게 이자를 놓지 마십시오. 빌려달라는 부탁은 흔쾌한 자비를 청하는 것임을 그대는 알지 못합니까? 우리를 자비로 이끌어주는 율법서는 이자놀이를 금지합니다. ‘네가 네 형제에게 돈을 꾸어 준다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탈출 22,24) 흘러넘치는 선의 원천인 은총은 빚 탕감을 명령합니다. 은총은 그 선함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되돌려받기를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루카 6,35) 다른 곳에서는 마음이 완고한 종을 비유로 부드럽게 바로잡아 줍니다.(마태 18,23-24) 그 종은 간청하는 자기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고 백 데나리온이라는 푼돈을 탕감해 주지 않았습니다. 자기는 만 탈렌트나 탕감받고서도 말입니다.”(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이자놀이꾼 반박」)



이자놀이의 죄악성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은 교부

땀 흘려 노동하지 않고도 돈을 굴려 수익을 얻고 부를 누리는 일은 모든 문명에서 비난받았다. 이자 대출을 금지하던 구약 전통의 대표적 본보기는 약자 보호법(탈출 22,24-25)이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경제 논리와 거래 방식을 뛰어넘어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새로운 가르침을 주셨다. 교부들은 준 것보다 더 받을 의도로 빌려주는 모든 행위를 거침없이 단죄했다. 이자놀이가 그리스도인의 복음적 삶과 결코 조화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교부들 가운데 돈놀이를 본격적으로 문제 삼은 인물은 카파도키아의 두 형제였다. 형 바실리우스(330~379?)는 빚을 미끼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이자놀이꾼과 빚받이꾼의 죄악을 「고리대금업자 반박」에서 강력하게 꾸짖었다. 동생 니사의 그레고리우스(335~394)도 형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가르침을 따라 약탈적 대출을 단죄하는 작품을 남겼으니 여기 소개하는 「이자놀이꾼 반박」이다.



고리대금을 단죄하는 교회 전통

로마 제국에 심각하게 퍼져 있던 고금리 대출은 민중의 삶을 황폐하게 하는 치명적 병폐였다. 그리스도교 최초의 보편 공의회인 니케아 공의회(325년)에서 성직자들의 이자놀이를 금지하는 규정까지 만들어야 할 지경이었다.(법규 17) 약탈적 대출을 단죄하는 대 바실리우스와 니사의 그레고리우스의 가르침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교회에 확산되었다. 특히 라틴어와 그리스어에 정통했던 밀라노의 주교 암브로시우스는 바실리우스의 이러한 가르침을 자신의 강론과 저술에 활용하고 심화함으로써 서방 교회의 구심점이 되었고, 아우구스티누스도 여기 합류했다. 마침내 443년 대 레오 교황은 이자놀이에 관한 로마 교회의 단호한 결정을 담은 서한을 지역 교회에 보냈다. 오늘날로 치면 교황 회칙인 셈인데, 그리스도인은 이자놀이나 돈놀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 규범이 세계 교회에 반포된 것이다. 제3차 라테라노 공의회(1179년)에서는 고리대금업자를 성찬에 참석할 수도, 교회 묘지에 묻힐 수도 없는 대죄인으로 단죄했다. 오늘날 금융과 재테크라는 미사여구로 합리화되는 돈놀이가 교부 전통에서는 끔찍한 대죄이자 범죄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약삭빠른 금융시스템이 아니라, 주님 복음의 어리석은 셈법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7-2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시편 43장 4절
저는 하느님의 제단으로, 제 기쁨과 즐거움이신 하느님께 나아가오리다. 하느님, 저의 하느님 비파 타며 당신을 찬송하오리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