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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재물, 가난한 이들의 것

[교부들의 사회교리] (33)나누지 않는 것은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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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라자로에 관한 강해」 2,6)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거룩한 생애

요한 크리소스토무스(349~407)는 교부들 가운데 가장 방대하고 가장 감동적인 사회적 가르침을 남긴 교부다. 복음에서 길어 올린 진리의 외침은 민중의 가슴에 오래도록 메아리쳤고 사람들은 그에게 ‘황금의 입’(金口, 크리소스토무스)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요한은 안티오키아에서 나고 자라서 사제로 활동하다가 주교가 되었다. 로마 제국은 이 착하고 겸손한 주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를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총대주교로 전격 발탁했다.

정치와 종교가 한통속이 되기를 기대했던 황실의 예상과는 달리, 새로운 총대주교는 세상 불의와 거짓과는 타협할 줄 모르는 인물이었다. 먼저 성직자ㆍ수도자 생활을 과감하게 개혁했고, 화려한 교회 건축 자재들을 팔고 성물을 녹여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부자들의 탐욕과 권력자들의 불의를 꾸짖고, 황실의 사치와 허례허식을 비판하는 글과 강론을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수많은 신자가 뜨거운 지지를 보냈지만, 무능한 황실과 교회 정치꾼들의 야비하고 터무니없는 고발로 요한은 두 차례나 유배 길에 올랐다. 그때마다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라는 욥의 기도를 되풀이할 따름이었다. 3년 가까운 귀양살이 중에도 요한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신자들의 발길과 서신 왕래가 먼 유배지까지 이어졌다.

요한의 한결같은 권위에 두려움을 느낀 권력자들은 요한에게 또다시 추방 명령을 내렸다. 죽음의 행진 도중에 쓰러진 요한은 407년 9월 14일 성체를 모신 뒤 선종했다. “하느님은 모든 일에 찬미 받으소서!”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여기 소개하는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이 짧은 가르침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말씀이다.

요한은 라자로에 관한 두 번째 강해를 마무리하면서 부디 이 한 마디만이라도 꼭 기억해달라고 간청했고, 그의 바람대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69항을 비롯한 다양한 교회 문헌에서 거듭 강조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첫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이 대목을 인용하면서 이 시대의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이 그 뜻을 마음 깊이 새겨달라고 당부했다. “저는 금융 전문가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옛 현인의 말씀을 깊이 묵상해 보기를 권고합니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57항)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을 도둑질한 것이며, 여분의 것을 돌려주는 것은 자선 행위이기 이전에 정의의 행위라는 이 탁월한 통찰은 암브로시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대 그레고리우스 같은 위대한 교부들이 공유했다.

아직 가난한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한 채 무겁게 짊어지고 다니는 남의 재산은 무엇이며, 제 몫을 지니지 못한 가난한 라자로가 내 집 문 앞에서 죽어가고 있지 않은지 살피는 일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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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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