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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38)사유 재산권의 한계

땅을 비롯한 모든 재화는 모든 사람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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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부자들이여, 그대들의 미친 탐욕을 어디까지 뻗치렵니까? ‘너희만 이 땅 한가운데에서 살려 하는구나!’(이사 5,8) 왜 그대들과 같은 본성을 지닌 사람들을 쫓아냅니까? 왜 자연을 그대들만의 소유라고 내세웁니까? 땅은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함께 사용하도록 창조된 것입니다. 어찌하여 그대 부자들은 그대들만의 권리라고 사칭합니까?

자연은 모든 인간을 가난하게 낳은 까닭에 부자들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옷도 걸치지 않고, 금과 은도 지니지 않은 채 태어납니다. 이 땅은 우리를 벌거숭이로 낳으며, 음식과 옷과 마실 것이 필요한 존재로 낳습니다. 땅은 우리를 벌거숭이로 낳았듯이 벌거숭이로 맞아들입니다. 소유한 모든 것을 무덤 안에 채워 넣을 수는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나 부유한 사람에게나 한 자락 풀밭으로도 넉넉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부자의 욕심을 다 채워주지 못했던 땅은 이제야 부자를 통째로 집어삼킵니다.

자연은 우리가 언제 나고 언제 죽든지 차별할 줄 모릅니다. 우리를 모두 동등하게 창조하고, 우리 모두를 동등하게 무덤의 품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암브로시우스, 「나봇 이야기」 1,2)



가장 강력한 사회적 가르침을 남긴 교부

성 암브로시우스(340~399)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가르침을 남긴 교부다. 자연 재화에 대한 만인의 동등한 권리와 분배 정의를 한평생 외치고 실천한 그의 삶 자체가 살아 있는 사회교리다. 이미 서른에 로마 제국 최고 관직에 올랐지만, 밀라노의 주교 선출을 감독하러 대성당에 들렀다가 하느님 백성의 간청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세례를 받고 이어 이레 만에 주교품을 받았다. 그의 나이 서른넷이었다. 암브로시우스는 로마의 주교에 버금가는 권위를 지녔지만, 불의한 정치나 자본 권력과 타협하는 법이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보물이며 교회의 재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것이라는 확신으로 의지가지없는 난민들을 품어 안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벗이 되었다. 교회와 민중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장 군인에 맞서 목숨을 건 밤샘 기도로 저항하기도 했다.

암브로시우스의 사회교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실천적 토대를 놓았을 뿐 아니라, 기본 소득과 토지 정의 같은 현대 사회 운동에도 그리스도교의 원천과 영감을 제공해 준다.



사유 재산권은 무한 자유와 절대 권리를 누리는가?

같은 본성(natura)을 지닌 인간은 자연(natura)도 공유해야 한다고 암브로시우스는 주장한다. 재화의 보편적 목적에 관한 이 가르침은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밀라노의 대주교를 지낸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선진국들의 독점을 경고하고 정의로운 국제 관계와 형제적 연대를 촉구하는 회칙 「민족들의 발전」(1967)을 반포하면서, 선배 교구장 암브로시우스의 이 소중한 가르침을 직접 인용했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것을 가난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일 따름입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사용하라고 주신 것을 그대 홀로 빼앗아 썼기 때문입니다. 땅은 부유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나봇 이야기」 12,53). 사유 재산권은 그 누구에게도 무조건적이며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교황 바오로 6세, 「민족들의 발전」 22-23)

시대를 뛰어넘어 사유 재산권의 한계와 공동의 권리를 분명히 일깨워주는 주는 가톨릭교회의 빛나는 가르침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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