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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42)왜 나를 박해하느냐?

약자들의 울부짖음과 고통 외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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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그리스도께서는 부유하시고 가난하십니다. 하느님으로서 부유하시고 사람으로서 가난하십니다. 하늘에 오르시어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으니 사람으로서도 이미 부유하십니다. 그러나 아직 이 땅에서는 가난하시며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계십니다.… 온갖 재산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그대는 하느님의 거지일 따름입니다. 그대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일용할 양식을 청하는 그대가 가난뱅이입니까? 부자입니까?

그리스도께서 그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준 것에서 나에게 다오. 너희는 이 세상에 올 때 무엇을 가지고 왔느냐? 이 세상에서 네가 찾아낸 피조물은 내가 모두 창조했다. 너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아무것도 여기서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내 것을 돌려주지 않느냐? 너는 풍요롭지만 가난한 이는 빈털터리다. 너희의 처음 상태를 생각해보아라. 부자와 가난한 이 모두 알몸으로 태어났다. 너도 알몸으로 태어났다. 너는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찾아냈지만, 네가 가져온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 나는 내 것을 찾고 있다. 나에게 다오. 그러면 내가 되돌려주겠다. 내가 말한 바는 단순하다. 너희는 나를 후원자로 삼아 왔으니, 나를 빚쟁이로 만들어라. 그러면 내가 너희를 채권자로 삼아 주겠다. 너희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주면 나는 많은 것을 되돌려주겠다. 지상 것을 나에게 주면 천상 것을 되돌려주겠다. 지나가는 것을 나에게 주면 영원한 것으로 갚아주겠다. 마지막 날 내가 너를 돌려받을 때, 너 자신을 네게 되돌려주겠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 123,4-5)



지금도 울부짖고 계시는 주님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는 그리스도교 영성과 삶의 중심 주제다. 하느님은 인간의 울부짖음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가난한 예수님은 민중을 향한 연민과 측은지심으로 함께 고난을 겪으셨고, “이 세상의 시련과 유혹, 가난과 궁핍 속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고통을 몸소 겪고 계신다.”(「시편 상해」 62,2)

주님께서는 지금도 당신 지체와 함께 수난하시며 울부짖고 계신다. “구원자이시며 보편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는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어 더는 박해자에게 상처 입으실 수 없지만, 우리와 함께 고통을 겪으시고 당신께서 우리 안에 계신다는 사실을 보여 주시면서, 훗날 바오로 사도가 된 사울에게 하늘에서 울부짖으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설교」 64/A,2)



인간과 한통속인 예수님

머리이신 예수님은 정성껏 경배하면서도 그 지체인 가난한 이를 경멸하고 힘없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머리이며 몸이신 그리스도(Christus caput et corpus), 곧 ‘전체 그리스도’(totus Christus)를 박해하는 것이다. “너는 위에서는 나를 존경하지만, 아래에서는 나를 짓밟고 있다. 네가 존경해 주는 것을 기뻐하기보다는, 네가 짓밟고 있는 것을 더 아파한다. 네가 존경하는 머리가 네가 짓밟는 지체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요한 서간 강해」 10,8)

머리 따로 몸 따로가 아니라, 예수님은 우리 인간과 철두철미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교부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산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가 남겨준 탁월한 신학인 ‘전체 그리스도론’의 핵심이다.





최원오(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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