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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중증자폐 아들 돌보는 남규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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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자폐인 아들 노희섭(마태오·33·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씨가 입원해 있는 충남 부여의 한 요양병원을 향해 차가 출발하자, 어머니 남규나(데레사·61)씨는 묵주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말없이 기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운전하는 기자는 이내 남씨가 기도하면서 울먹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희섭이와 앞으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하도 막막해서 ‘마지막’을 생각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낳은, 아니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희섭이를 끝까지 돌보는 게 저희 십자가라 생각하고 버티고 있어요.”

남씨는 병인박해 순교자인 남종삼 성인 집안의 후손이다. 남씨는 1985년 고(故) 노기남 대주교의 조카손자인 남편과 결혼해 1남2녀를 낳고 행복한 성가정을 꾸렸다. 첫 아이인 희섭이가 중증자폐증 진단을 받았지만, 부부는 장애가 있는 희섭씨와 두 딸을 사랑으로 키웠다. 하지만, 1997년 남편과 사별하게 됐다. 당시 장남인 희섭씨 나이가 11살이었다.

남편이 남겨준 유산으로 그럭저럭 아이들과 살아나갈 수 있었지만, 희섭이는 사춘기 때부터 폭력성을 띠기 시작했다. 예민한 성격으로 신경질을 잘 부리는 희섭이를 제대로 돌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들은 화가 나면 자신의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 등 자해를 했다. 이를 막는 남씨의 손과 팔을 깨물어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엎친데 덕친 격으로 남씨는 2011년 사기를 당해 남은 재산을 모두 잃고 파산을 했다.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해 더 이상 희섭이와 함께 살 수가 없게 된 남씨는 눈물을 머금고 희섭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여기저기 자폐아나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시설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노조절을 못하는 자폐아인 희섭이를 제대로 돌봐주는 병원은 찾기 힘들었다.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 다니던 희섭이는 결국 자폐아들만 가두어두는 폐쇄병동이나 24시간 손과 발을 묶어 놓는 조건 등을 다는 병원에만 입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을 전전하면서 자해를 계속한 희섭씨의 앞니는 다 부러졌고, 왼쪽 눈은 외상성백내장으로 실명했다. 또 무릎을 다쳐 현재는 걷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에서 희섭씨의 자해를 막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성처였다. 남씨는 “내가 계속 돌보았으면 아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희섭씨는 지금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올해 5월에 입원을 했는데, 병원 측의 배려로 희섭씨도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1월부터 요양병원 입원대상자가 아닌 사람들은 입원할 수가 없게 돼 남씨는 걱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보조를 받지 못해 한 달 입원료가 300만원 가까이 나오게 된 것. 이는 류머티스관절염과 갑상선항진증, 디스크 등을 앓아 일을 할 수 없고, 기초수급비와 장애인 보조금으로 살아가야 하는 남씨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 사는 집에서도 나와야 할 처지다.

막막한 현실에서도 남씨는 직접 희섭씨를 돌보기를 바란다. “제 건강도 여의치 않지만 여건이 되면 희섭이와 함께 살고 싶어요. 제가 이만큼 키웠으니 저만큼 희섭이를 잘 아는 이가 없을 테니까요. 하느님께서 또 어떤 길을 마련해 주시겠죠. 사실 하느님의 은총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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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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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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