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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남편 폭력에 아이 안고 도망쳐왔지만…

2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김민지씨이혼 뒤에도 찾아와 때리는 전 남편죄인처럼 숨어지내며 생긴 공황장애매일 야근해도 두 딸과의 생계 막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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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견인 정 세쿤디나 수녀가 김민지씨를 위로하고 있다.



“그래도 저희는 신발이라도 신고 나왔으니 다행이죠. 어떤 분들은 잠옷 차림에 맨발로 뛰쳐나온걸요.”

전쟁터에서 도망쳐 온 난민 이야기가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김민지(45, 클라라, 가명)씨가 3년 전 남편을 피해 도망칠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김씨는 배낭 하나 둘러멘 채 어린 두 딸의 손을 잡고 가정폭력 쉼터를 찾았다. 코가 부러지고 온몸에 피멍이 든 채였다. 지난해 이혼소송을 마친 뒤 그는 쉼터를 나왔다. 현재는 두 딸과 함께 조현병과 녹내장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전 남편은 20년 동안 군림한 폭군이자 독재자였다. 세 모녀가 자신의 말에 조금이라도 토를 달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따귀를 올려붙였다. 바닥에 쓰러져도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이혼한 뒤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김씨의 일터와 딸들의 학교를 알아내 몇 번이나 들이닥쳤다. 학교 관계자가 보는 앞에서도 주먹을 휘둘렀다. 지은 죄도 없는데 모녀는 도망자처럼 숨어 살았다.

진료 기록을 보고 위치를 추적할까 봐 병원도 멀리 다녔다. 초등학생이던 작은딸의 다리가 부러졌을 때도 아파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지하철로 두 시간 떨어진 병원으로 가야 했다.

김씨는 공황장애가 생겨 독한 약을 먹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어렵게 자유를 찾은 두 딸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배움의 기회만은 꼭 가지게 해주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주 6일 근무에 매일 야근까지 하는 그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달에 170만 원. 이혼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비용과 정신과 치료 등을 위해 빌린 대출금 2000만 원의 이자와 의료비, 월세 등을 빼고 나면 겨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만 남는다.

올해 스무 살인 큰딸은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방학 내내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중학생인 작은딸은 겨우 수학학원 하나를 다니긴 하지만 이마저도 김씨에겐 큰 부담이다. 그러나 학원에 다닌 덕분에 성적이 잘 나왔다며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돈이 없어 못 보내겠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정 세쿤디나 수녀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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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19일부터 25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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