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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사회교리] (2) 공동소유

내 것 내세우지 말고 모든 것 공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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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오 교수

 

 


“얻기 위해 손을 벌리지 말고, 주기 위해 오므려라. 네 손으로 벌이한 것이 있으면, 네 죄들을 속량키 위해서 주라. 주기를 망설이지 말며, 주면서 불평하지 말라. 보수를 후하게 쳐주시는 분이 누구신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궁핍한 자에게서 돌아서지 말며, 모든 것들을 네 형제와 함께 공유하고 네 것들이라고 말하지 말라. 너희가 불사하는 것을 공유하고 있으니 하물며 사멸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것쯤이랴.”(「디다케」4,5-8)



성경처럼 읽히던 책

「디다케」는 가장 오래된 교회 규범집이다. 그리스어 디다케는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이 작품의 긴 제목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디다케)」을 줄여서 그리 부른다. 100년경 시리아에서 저술되었으리라 어림잡지만, 지은이는 알 길이 없다. 초기 교회에서는 성경 같은 권위를 누렸고, 미사 전례에서 사도들의 서간들과 함께 봉독되기까지 했다. 사도 시대와 맞닿아 있는 이 책은 로마의 네 번째 주교 클레멘스가 쓴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96년경)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교부 문헌으로 손꼽히며, 사도 시대와 맞닿아 있다 하여 사도 교부 문헌이라 일컬어진다.

「디다케」의 사회적 가르침은 매우 짧고 단순하다.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모든 것을 형제들과 공유하며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든 것을 공유물로 여기고 아무것도 제 것이라 내세우지 말라는 이 공유의 원리는 전혀 낯설지 않다. 조금 일찍 저술된 사도행전에서 루카가 이렇게 증언하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사도 2,44)고, “아무도 자기 것을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432)



공유의 삶은 이상에 지나지 않는가?

사도행전의 소유 공동체적 교회상은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것이라기보다 루카가 이상적 교회상을 묘사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현대판 사도행전 주해서들이 많다. 그러나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기꺼이 함께 나눔으로써 비참한 궁핍을 겪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사도 시대의 이 소중한 증언을 성경 저술가의 한바탕 꿈이나 희망 사항이었다고 단정 짓기에는 사도행전에 이어지는 교부들의 증언이 너무도 생생하고 강렬하다.

165년 로마에서 제자들과 함께 순교한 성 유스티누스 교부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안토니우스 피우스 황제에게 긴 글을 써 보냈다. 그리스도교의 진리와 그리스도인의 삶을 애틋하게 설명하는 이 작품에는 공유 생활에 관한 보석 같은 정보가 들어 있다. “한때 우리는 부와 재산만을 탐했으나 이제는 가진 것을 공동의 몫으로 내놓고 궁핍한 이들과 함께 나눕니다.”(「첫째 호교론」 14,2)

그로부터 280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이러한 삶의 방식은 수도승 생활을 통해 지속되고 있었으니, 일흔을 훌쩍 넘긴 아우구스티누스 주교는 자신이 추구해 온 공유 공동체의 삶에 관하여 이런 강론을 남겼다. “저는 선의를 지닌 형제들을 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제가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것처럼 저를 본받아 아무것도 자기 소유로 지니지 않은 가난한 동지들이었습니다. 제가 지니고 있던 얼마 되지 않는 재산들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듯이 저와 함께 살고자 했던 그들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진 것을 공동으로 내어 놓고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공동으로 모시듯이 크고 기름진 농지도 우리 모두의 공동 소유였습니다.”(「설교」 355,2)

재화의 보편적 목적, 곧 세상의 유일한 주인이신 하느님을 모신 우리에게 세상 재화는 공동의 것이라는 확신이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공유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었다고 교부들은 증언한다.



최원오 교수(빈첸시오,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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