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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단상] 더 늦기 전에 나를 가볍게…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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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나이 쉰을 훌쩍 넘기면서 점점 친구와 옛사람의 소중함을 느낀다. 노래를 부르는 공적인 자리에서 한 번 보고 지나치는 사람들 앞에서는 훌륭한 말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때 우정을 나눈 친구나 나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잘 아는 친구들 앞에서 오히려 대화를 쉽게 주고받는 게 내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의 인간성은 바로 친근한 그들에 의해 정의되곤 한다.

나 또한 스스로 아름답게 평가받길 원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만나는 이들에게 그저 내 목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 알리고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오히려 나의 단점과 내가 보이고 싶지 않은 곳에서 나를 더 사랑하게 되는가 보다.

요즘 사제 수품 25주년 은경축을 축하하기 위해 친분이 있던 신학교 선배 신부님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일종의 비즈니스를 하며 지내다 보니 계산적으로 사는 내 모습이 보이곤 한다. 물론 현재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책임져야 할 가족과 동료 가수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가끔 내가 지난날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순수한 우정에서 떠난 것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옛사람들을 만나 그 시절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어렸을 적 서로 아껴주고 보살핀 사이라고 해서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대화가 쉬운 것도 아니다. 내게 섭섭한 친구들도 꽤 있고 나를 아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가끔 서로 헤어져 있음이 만남을 자극하고 사랑을 더 키울 때가 있다. 서로 많이 그리워하고 보살피고 싶지만 너무 떨어져 연락이 소원해져 마음도 기억도 추억도 멀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최근 나와 비슷한 현실에 사는 친구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시인인 그가 작곡을 의뢰해온 것이다. 먼저 내게 연락해온 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 행복했다. 그래서 그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이제 좀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 너무 힘주지 말아야지. 있는 그대로 나를 인식하고 나의 단점조차 사랑해준 그들을 먼저 얼른 만나 안아줘야지.

2월 어느 날 한 가톨릭계 고등학교 음악 축제에 갔다. 그 축제를 진행하는 단체 이름이 ‘임 쓰신 가시관’이다. 벌써 28년 동안 이 행사를 하고 있단다. 언젠가 ‘임 쓰신 가시관’ 25주년 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여의치 않았었다.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기특하게도 고등학생들이 28년째 해마다 축제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1기부터 30기에 이르는 선후배들이 늘 손을 잡고 공연 피날레 곡으로 ‘임 쓰신 가시관’을 부른다. 동문과 지역민들이 나의 최고 히트곡을 꾸준히 전해주고 있다.

그 노래를 부르면서 기도했다. 이 노래를 부르던 모든 사람이 주님 안에서 행복하기를. 그러기 위해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하며 다가가야 함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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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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