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 은퇴 뒤 로마 유학 떠난 원주교구 정인준 신부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길 잃은 양은 가만히 있는다고 찾을 수 없죠. 사제들이 변해야 한국교회도 활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교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늦은 공부를 할까합니다.”

칠순의 원로 사제가 로마 유학길에 올랐다. 지난 8월 은퇴한 원주교구 정인준 신부(70)가 공부를 결심한 이유는 하나다. 한국교회의 희망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과거에 논문 때문에 쫓기고 강의 때문에 건너뛰고 뒤로 미루던 몇몇 성경주제들을 기억력이나 건강이 좋을 때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은퇴를 앞당겨 유학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10월 8일, 2년 계획으로 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으로 떠난 정인준 신부는 그곳에서 해야 할 공부 계획을 빠짐없이 세웠다.

“로마의 사제 기숙사에 머물며, 모교인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논문을 지도하셨던 교수 신부님 강의를 들으며 학교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 십여 년 동안 웹에 올렸던 강론 원고를 정리하고 원문과 번역본, 우리말과 연결되는 주석을 다는 작업도 계획중입니다.”

1976년 사제품을 받은 정 신부는 봉산동본당 주임 대리와 군종신부를 거쳐 1980년 로마에서 유학했다. 이후 단구동본당 주임, 교구 관리국장 겸 사무처장, 총대리, 서부동·장성본당 주임을 역임하며 40여 년간 사목현장을 지켰다.

그는 40여 년간 신자들과 만나며 ‘가난한 이들을 향한 겸손한 사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지금, 신자들에게 다가가고 공감할 수 있는 사제가 되기 위한 준비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교회에 첫발을 내딛는 예비신자들은 교리가 너무 어려우면 교회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재미있고 접근하기 좋은 가톨릭 교리서 작업도 공부하면서 틈틈이 해볼까합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학생신분이 돼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면 좀 더 긴장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온 정 신부의 계획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계획을 묻자 그에게서 ‘기타치는 바리스타’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쉼 없이 불을 밝히는 도시의 한 귀퉁이에 ‘25시 행복한 가톨릭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과 라이브 미니 콘서트도 열고, 밤낮 쉼 없는 고해소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삶에 지친 교우들이 찾아와 바리스타 신부가 내려준 커피와 차도 마시며 면담성사도 보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을 갖도록 돕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자유롭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고해성사를 위해서 아담한 경당과 성체조배실을 마련해도 좋겠죠.”

정 신부가 이 같은 장밋빛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교회의 희망을 믿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신자들과 만나며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제가 변하면 신자들도 변한다는 것이다”며 “교회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기며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을 찾아나서는 노사제의 얼굴은 설렘이 가득하면서도 묵직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성지에서, 로마 성당들에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던 기도도 자유로운 마음으로 마음껏 바치고 싶어요. 한동안은 학교 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을 것 같네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양들의 냄새가 나는 목동’으로 살며 남은 사제의 열정을 태우고 싶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9-10-0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5

2티모 1장 7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