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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에 완성한 영어성경 필사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장순식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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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영어성경 필사를 마쳤습니다. 약 2~3㎜ 정도 작은 크기의 영어 필기체로 쓴 필사본을 보고 다들 감탄하기에 교회 지도자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죠. 조환길 대주교님, 염수정 추기경님, 교황님까지…, 필사본을 보내드렸더니 친히 답장을 보내주셔서 말년에 큰 영광을 누리는 기분입니다.”

94세 나이에 완성한 영어성경 필사본을 제본해 대구대교구와 서울대교구, 교황청에 전달, 답신을 받은 장순식(바오로·대구 봉덕본당)옹은 “교황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한 자 한 자 적었기에 그 마음이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옹이 필사를 시작한 것은 2013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는 방법”이라는 딸의 권유에 책상에 앉았다. 처음에는 내용을 옮기는 데에만 급급했다. 하지만 그렇게 쓴 필사본은 권수가 너무 많았고 보기에도 아름답지 않았다. 장옹은 글씨 크기를 줄여나갔다. 필사 2년여가 흐르자 작은 크기의 글씨체는 안정되어 갔고 마치 인쇄한 듯 반듯하게 빈 종이를 채울 수 있게 됐다. 그렇게 6년…, 대학노트 4권, A4용지 400여 장 분량의 필사본이 완성됐다.

매일 저녁 8시, 장옹은 책상에 앉아 꼬박 4시간 동안 성경을 필사하며 하느님 말씀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말씀을 만난 그 시간들은 장옹에게 뜻밖의 선물도 안겨줬다. 고도로 집중해 손끝을 움직이니 마치 운동을 하는 듯 땀이 났고, 5분도 채 걷기 힘들었던 그는 최근엔 1시간 정도를 거뜬히 걸을 수 있게 됐다.

“노화되어 가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기에 성경 필사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장옹은 늦깎이 신자다. 아내와 2남 2녀,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까지 모두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갔지만 장옹은 75세가 돼서야 입교를 결심했다. 죽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당을 찾은 것이다. 예비신자교리반의 최고령 학생으로 세례를 받고 지금까지 20여 년, 단 한 번의 주일미사에도 빠지지 않았다.

장옹은 국내외 특허 50여 건을 보유한 ‘발명왕’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을 이어온 그는 성경 필사 영역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기존의 글씨를 절반으로 줄인 크기로 새 필사를 시작한 것이다. 돋보기가 없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깨알같은’ 크기다.

“나이든 육체를 탓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새롭게 시작한 필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지금 제 삶의 새로운 목표죠. 이런 에너지를 주신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나영 기자 la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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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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