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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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건강과 평화

배정수(프란치스코, 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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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빕니다”, “건강하십시오” 늘 듣던 말인데…. 옆에 사람이 있는 듯 손을 내밀며 혼자 중얼거려 봅니다. 함께 있던 공간, 함께 노래했던 시간, 함께 나눈 얘기…. 그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같이 있을 수 있어서 같이 노래할 수 있어서 같이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좋았는데…. 습관적으로 무심히 나누었던 건강과 평화를 빌어주는 인사가 하도 어수선한 시절이라 예전과 달리 더 정겹고 좀더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 그리운 이름, 그리운 얼굴, 따뜻한 손길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려서부터 막연한 설렘과 기대와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뭔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이것저것 배웠습니다. 기타도 그렇게 배웠습니다. 어쨌든 배움은 유익한 것, 하느님을 찬미하는 도구로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지금은 분명한 설렘, 기대, 그리움을 지니고 성당을 갑니다. 더 나은 연주, 더 좋은 성가, 더 좋은 사람을 꿈꾸며!

벌써 몇 달째 못 만났으니 궁금하고, 보고 싶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견뎌야 할 불편이고 아픔입니다. 확진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깊은 바다, 높은 하늘, 드넓은 우주를 상상하며 나 자신의 ‘존재의 크기’를 헤아릴 때가 있습니다. 끝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로 인간은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하니까요!

해가 떠오르는 모습, 해가 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보기도 했고, 혼자 보기도 했습니다. 떠오를 때와 질 때, 또 함께 볼 때와 혼자 볼 때의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떠오르는 모습은 시작, 밝음, 삶 등의 느낌이 떠올랐고, 지는 모습은 끝과 어둠, 죽음 등의 느낌으로 마음도 같이 가라앉았습니다.

두 느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갑니다. 티끌 같은 존재지만 사람도 꽃도 어떤 사물이라도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생각으로 바라보면 얼마나 소중하고 예쁘고 귀하게 보이는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삼가라 하니 그저 마음으로 그리워하고 내 자신의 내면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을 수밖에…. 조금 더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조금 더 내면을 가꾸는데 정성을 들이면 삶의 기쁨은 더 커지고 만족과 보람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 더욱더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깊은 마음을 담아 인사 올립니다.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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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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