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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44) 신앙의 눈으로 본 일본 우경화

일본의 삐뚤어진 제자리 찾기
하락하는 국가지위 되찾고자 우경화 행보 강화
진리 추구하는 그리스도인 역할 필요한 시기
형제적 친교로 이웃교회 정의 실현 동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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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다 보면 정치·사회·문화 또는 외교적 문제로 드러나는 사안들 가운데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야기되는 일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경제는 인간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 들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 문제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파격적인 경제 정책들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경화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과 아베노믹스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라 일본 경제의 생존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우경화 이유에 대해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지위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경제적인 면에서 독보적인 아시아 1위,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굳이 다른 나라를 신경 쓰지 않아도 국내외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에 빠져 일본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중국과 경제력이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러한 현실에 위기를 느낀 일본 국민들이 과거의 전성시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찾게 되고, 경제 성장과 애국주의를 표방한 아베노믹스와 만나면서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통계를 보면 일본인들 가운데 많은 수가 자신들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 즉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통화 팽창과 임금 인상 등 아베노믹스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자 하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국수주의를 자극하는 우경화 행보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류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가야 할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젊은이들 가운데서도 경제력을 한국과 중국이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신들의 문화 콘텐츠가 안 팔리는 것은 한류로 인해 일본 문화시장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독도를 둘러싼 문제도 자신들의 영토를 우리나라가 빼앗아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들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양심 있는 사람보다 아베 신조 총리처럼 교묘히 우경화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몰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의 몫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가톨릭교회는 지난 1996년부터 한·일 주교 교류모임을 정례화하면서 상호이해를 넓히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습니다. 그 결실로 한·일 청년 교류 모임은 물론 본당 간 교류, 교구 간 자매결연, 사제 파견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신앙적 친교를 성숙시켜오고 있습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한 형제로서 두 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연대해 진리를 진리라고 외치고 정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나갈 때 하느님 나라는 성큼 다가올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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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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