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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52)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4)

참다운 신앙
‘인간보다 돈’ 문화에 길들여져 정체성 상실
더 나은 세상 만들라는 부르심 응답하고
가난한 이들과 해방 위한 하느님 도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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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그리스도 왕 대축일(11월 24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이 문헌이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도 그 충격의 여진이 남아있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면에서든 다른 어떠한 면에서든 「복음의 기쁨」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아마 그것이 제시하고 있는 ‘참다운 신앙’의 모습, 그리고 참다운 신앙을 지닌 참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그간 우리가 생각해오고 보아오던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간극이 클수록 충격도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무엇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이러한 간극을 넓혀왔을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들 가운데 하나를 우리는 돈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돈이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순순히 받아들여 왔습니다.(55항 참조) 돈에 대한 물신주의에 빠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이 최우선임을 부정하는 문화에 깊숙이 젖어들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세속의 조류는 교회 안으로도 밀고 들어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신앙을 하나하나 허물어뜨려 나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기쁨이 사라지고 없는 신앙생활, 하느님을 체험하고 느낄 수 없는 신앙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타인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한솥밥을 먹던 형제 사이에서도 분열과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홉스가 말한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교회 안에서조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모두 돈이라는 물신에 휘둘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에서 “참다운 신앙은 결코 안락하거나 완전히 개인적일 수 없는 것”(183항)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참다운 신앙은 “언제나 세상을 바꾸고 가치를 전달하며 이 지구를 이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곳으로 물려주려는 간절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합니다. 나아가 “모든 그리스도인은, 또 사목자들은 더 나은 세상의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복음의 핵심에는 공동체 생활과 다른 이들에 대한 헌신이 있습니다. 달리 말해 우리의 구원은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몸소 가난한 사람이 되시어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 곁에 계신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에서 기인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가 이루어질 때 하느님 나라를 향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됩니다.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어떤 길이 당신께로 나아가는 길인지 헤아리기 어려울 때, 교황은 하나의 지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더 가난한 이들을 찾아 그들 곁에 서십시오. 주님께서도 당신 곁에 계실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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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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