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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59)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대 (11)

나눔,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열쇠
프란치스코 교황이 몸소 보여준 나눔
그리스도인 지녀야 할 정체성 알려줘
가진 것 나눌 때 희망의 씨앗 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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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영원한 생명은 그리스도인들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희구하는 본질적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아는 것이 영원한 생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곧 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똑바로 걸어갈 때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따르지 않는 것은 주님을 정면에서 반대하고 저항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멸망과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초대 교회는 온전히 예수님을 알고 따르려 한 공동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초대 교회공동체를 떠올리는 것은 그것이 본받고 싶은 교회, 돌아가고 싶은 공동체의 원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초대 교회공동체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있어 모범이자 모델인 것은 맞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이상향의 세상,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교회의 모습처럼 보입니다. 오늘날 세상 속에 서있는 교회가 초대 교회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이 차이를 구분 짓는 것은 나눔에서 비롯됩니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사도 4,32-34)

닷새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몸짓 하나하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 땅의 많은 이들, 특별히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재물이든 시간이든 재능이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때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고 그 희망은 사랑을 먹고 자라나 하느님 나라의 열매가 된다는 것입니다.

교황이 몸소 보여준 나눔의 몸짓들은 이 땅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고유한 정체성을 새롭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이신 스승께서 ‘가난한 사람에게 베푼 것은 무엇이든지 바로 당신을 위해 해준 것’이라고 선언하신 것을 오늘의 언어와 실천의 모습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도 성 요한 23세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어 그 재물을 천상 보화로 바꾸라고 부자들에게 강력히 명하셨다”고 역설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도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에서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네 것을 가난한 이에게 희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이 주님의 은총임과 아울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며 조건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언제든지 마음만 열면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는 나눔이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열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득하는 지혜의 은총을 구하며 세상에 평화와 안정, 나눔과 섬김의 주님의 나라를 정착시키는 일에 정진해야 하겠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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