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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하여

윤재선 (레오, 보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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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길을 홀로 걷는다. 새들이 비쫑 비쫑 고운 소리로 반긴다. 풀벌레들은 뚜루 뚜루 소리 지르며 아침을 노래한다. 샘물은 조르르 조르르 흘러내리며 생명수로서의 존재를 과시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어느새 나무는 막 태어난 햇살을 품고 숨을 내쉰다. 이름 모를 들꽃들의 향연. 알근달근 감도는 꽃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세상을 향한 마음속 탐욕의 독소는 찬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으면 좋으련만. 부질없는 소망일까. 사색의 그림자가 깨우침의 긴 여운으로 남는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요한 3,8) 내 뜻이 아닌 주님의 ‘영’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삶이어야 하거늘. 그래야 비로소 새 생명의 숨을 받아 새로워지고 변화할 수 있을 터인데.

그리 높지 않은 언덕길인데도 숨이 차오른다. 탐욕으로 얼룩진 욕망의 덩어리가 육신을 살찌운 탓은 아닐까. 바오로 사도의 외침이 폐부를 파고든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로마 13,14) 입버릇처럼 되뇌는 속죄의 절규가 터진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언덕을 넘어서며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자리. 꽃들의 미소는 여전히 해맑다.

베드로 파브르 성인의 말처럼 ‘시간은 하느님의 전령이다.’ 하느님이 주관하시는 시간 속에서 갈망하는 건 지금의 삶과는 다른 형태요 새로운 차원의 변화다. 걸음을 멈추고 침묵과 고요 속으로 잠겨든다. 또다른 삶으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나를 발견한다. 스스로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는 속박과 억압의 굴레를 벗고 싶다. 누군가로부터의 불편한 시선과 나쁜 기억, 아물지 않은 상처와 용서하지 못하는 옹졸한 마음, 탐욕의 노예근성을 떨쳐내고 싶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시편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영화 속에 오래가지 못하여 도살되는 짐승과 같다”고.(시편 49,13) 하느님을 탐욕을 채울 도구로,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으랴. 한참이나 고개를 떨구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야고보 사도는 반문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살게 하신 영을 열렬히 갈망하신다’는 성경 말씀이 빈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야고 4,5)라고. 하느님 자비의 눈길과 사랑의 손길에 온전히 내맡긴 적이 있던가. 혹시라도 눈에 보이는 치유나 기적이 없다고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성경은 치유나 기적이 아닌 그 안에 깃들어 있는 ‘믿음’이, ‘믿음의 부자’(야고 2,5)가 되기 위한 열망과 실천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끈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음에도.

욕심일 것이다. 그래도 날마다 새로 태어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진정한 자유와 기쁨의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제 몸을 벗어 버리듯이. 문득 가수 윤도현이 부르는 ‘나는 나비’란 노랫말이 마음을 들이친다. “…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나는 아주 작은 애벌레/살이 터져 허물 벗어 한번 두번 다시/ 나는 상처 많은 번데기/…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이 가을, 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를 꿈꾼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간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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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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