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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사랑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지 마세요

하지원 레지나(주교회의 생태환경위 위원, (사)에코맘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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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청소년 500여 명이 전국 각처에서 동시다발로 시위했다. 5월 이상기온으로 33℃를 훌쩍 넘어가는 폭염주의보 속에 “미세먼지 때문에 체육을 하지 못하는 날이 생겼다” “방정식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해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의 미래를 가지고 도박을 하지 말아주세요” 등을 외치며 피켓을 높이 들었다.

지난해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변화 대책을 요구하며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교 거부시위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 청소년들이 기후 변화 대책 마련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툰베리는 지난해 11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테드(TED) 강연에서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제가 왜 공부해야 하나요? 당신들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라고 말하며 기후 변화 대책 마련의 시급함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별히 이번 한국 청소년들이 진행한 시위의 주요 내용은 환경 교육을 교육과정 속에 넣어달라는 내용이어서 다른 나라들과 달리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기초조차 부족한 현실을 상기시킨다.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 속에서 환경 교육이야말로 생존의 교육이라는 청소년의 인터뷰 내용은 뼈아픈 지적이다. 계속되는 이상 기온, 폭염, 미세 먼지 등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삶의 불편과 위협을 느끼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하는 어른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이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을 촉구하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의 기후 관련 성적지표인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9에 따르면 한국은 기후변화대응지수가 전체 60개국 중 57위이며, OECD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 4위의 오명을 안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지구를 빌려 쓰고 있는데 지구를 개발과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27년 전인 1992년까지 리우 UN 기후변화회의 때 기후 변화와 그 피해에 대한 경고가 심각하게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만큼도 자각을 못 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나와 관계가 있는 일이라는 걸 잘 모른다. 그냥 중국의 문제이고, 외국의 문제이고, 지구가 좀 이상한가보다에 그칠 뿐 그 문제들이 나로 인해서 유발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내가 무심코 택배를 한 번 더 이용하고 배달을 한 번 더 요청하면 나는 편리하지만, 그로 인해 공장이 움직이고 발전소가 돌아야 하고 환경 유해 물질들이 발생하며 포장재와 용기 등 일회용품들이 사용되고 쓰레기가 발생한다. 생활 속 나의 행동과 습관마다 공해를 유발하고 이러한 것들이 서로 연결성을 가지며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어른들은 얼마나 자각하고 있을까.

입시와 국·영·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 시절부터의 가치관 형성과 환경 감수성이 행동과 이어질 수 있도록, 기후 변화 교육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지난주 청소년들의 외침이 얼굴을 뜨겁게 한다. 사랑한다는 이름으로 주는 풍족함과 편리함이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불태우는 것은 아닌지…….

“열대림을 파괴하는 것은 저녁 한 끼를 만들기 위해 루브르박물관의 명작을 태우는 것과 같다”고 한 토마스 프리드먼의 말이 떠오르며 새삼 가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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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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