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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노년의 보수화와 함께 걸어가는 길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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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청년 인재 영입 경쟁에 나서 시선을 끈다.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돼 새로 유권자가 된 14만여 명을 포함해 ‘과소대표’ 되고 있는 19세와 20~30대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선거를 앞둔 ‘쇼’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청량감을 느낀다. 영입 인재를 내놓을 때마다 그들의 프로필과 삶의 여정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이 든 사람으로서의 책무를 생각하게 된다.

교회의 고령화 속도는 사회보다 훨씬 빠르다. 2003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10대 천주교 신자 수는 54만3529명에서 36만3333명으로 약 33 줄었다. 반면 50대 신자는 61만 52명에서 107만9084명으로 77나 늘었다. 60, 70, 80대 신자의 신장률이 더 높은 것은 말할 나위 없다.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하는 것은 종교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2015년 한 종합일간지가 조사한 ‘종교와 정치 성향’에 따르면 불교·개신교·천주교 신자들이 모두 40대에는 진보 성향이 강했지만 50대에는 보수 성향이 앞서기 시작했다. 60대엔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 천주교인들은 타 종교에 비해 진보 성향이 높은 편이었다. 더욱이 천주교 신자들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는 한국 사회의 평균치를 웃돈다. 천주교 신자 비율은 서울의 강남구와 서초구를 비롯한 부유한 지역에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사는 곳일수록 천주교 신자가 많다는 얘기다.

이 같은 교회의 고령화와 중산층화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가난한 이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교회의 사회 참여에도 부정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사회 약자다. 부모보다 어렵게 살아야 하는 ‘불평등 세대’라는 얘기가 자주 오르내린다. 그들의 어려움은 입시경쟁, 일자리 부족, 확대되는 비정규직, 폭등한 집값, 늦어지는 결혼, 저출산, 자녀 교육비 문제를 떠올리면 곧 알 수 있다.

청년은 교회에서도 과소대표되고 있다. 청년의 미사 참례율은 전체 신자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3월 반포한 젊은이를 위한 주교시노드 후속 문헌인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에서 “상당수의 젊은이가 다양한 이유로 교회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교회가 그들의 삶에서 의미 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40항)라고 했다. 지난해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 개신교 통합 교단의 총회장은 “한국 사회가 교회를 외면하는 것은 교회가 사회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두 교회가 세상에 봉사하는 ‘세상 속 교회’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천주교 신자는 하느님을 향해 순례하는 백성이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2018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의적 동의’를 얻어 발행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은 평신도, 수도자, 신부, 주교가 순례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장기적으로는 보면 앞으로 나아간다. 인간 사회는 치열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시대를 넘어 협력과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공감의 시대로 발전해 왔다.

진보는 이타성에 얼마만큼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다. ‘진보주의란 타인의 복지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위해 사적(私的) 자원을 내놓는 자발성’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천주교인들의 높은 진보 성향은 이타심 때문일 것이다. 이타심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통한다. 노년은 후손, 곧 자녀와 손자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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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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