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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불안 사회와 공동체적 면역력

홍진 클라라(사회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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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전 세계에서도 복지국가의 롤모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랬던 스웨덴이 작년에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약진하는 결과를 내놔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말이 나왔다. ‘반(反) 난민’이라는 기류가 동유럽에서 시작돼 서유럽을 거쳐 북유럽에까지 확산했다는 결과 때문이다. 이민자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북유럽도 난민에 대한 반감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대해 여러 이유를 들 수는 있겠으나, 그중에서도 스웨덴 유권자들의 난민들에 대한 백인 중심의 ‘두려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자기 방어기제(防禦機制)를 작동시키기 마련이다. 두려움과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각이나 행동으로 사실을 거부하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치(Displacement)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원래의 불안 대상보다 덜 위협적인 대상으로 충동을 표현하면서, 불안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외부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일자리를 잠식할 것을 우려한 반이민주의 인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여 해당 지역, 더 나아가 동양인을 거부하며 혐오하는 모습은 과도한 방어기제 작동의 부작용에 속한다는 판단이다.

또 급부상하고 있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현상이 이 같은 여론을 더욱더 자극하고 형성하는 모습이다. ‘탈진실’이라고 번역되는 포스트 트루스는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는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의 출현으로 그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포스트 트루스 경향과 함께 가짜뉴스가 범람한다는 사실과 이에 따른 인지편향은 마음마저 피폐화시켜 사회통합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적잖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나라의 국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 같은 편협된 사상이나 행동은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류에게 직면한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SNS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을 받는다. 진보된 IT 기술을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에서 상호존중 문화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교황은 이슬람의 대수장인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인간의 형제애’(Human Fraternity), 특히 가장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한 바 있다. 이 선언에서는 현실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짚고, 또 발전된 문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진보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현실 속의 고통과 재난이라는 위기감를 초래하는 원인으로는 무뎌진 인간 양심과 개인주의의 만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의 특징을 흔들리는 불안의 시대로 정의했으며, 현 사회학자들은 ‘포스트 트루스’ 시대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과연 이런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희생양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공동선과 인간의 형제애가 우선되는 기본 지침에 따라 개인과 시민, 복지단체, 언론, 정부 등은 공동으로 책임의식을 높이고, 면역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생각이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개인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지닌다는 점,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품위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건 기본적인 인권이다. 여기에 개인의 윤리적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불안한 사회와 공동체적 면역력의 상대적 관계성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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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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