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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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울타리

홍진 클라라(사회복지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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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 전체에 불안과 무기력이 팽배해지고 있다. 여기에 우울함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는 분위기다. ‘코로나19 국민 위험인식 조사’에서 확인된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거리 두기’ 확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난 심리 감염 현상이라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한 정부의 신뢰도 하락과 현상만을 좇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문제점으로 제기되었으며, 감염 확진자나 발생지역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심리적 방역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위기 뒤에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음을 한결같이 지적한다.

사회적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면서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도 축소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노인들의 휴식처인 공원,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급식소는 감염병 확산 우려로 문을 닫고, 쪽방촌에는 봉사자들의 발길도 뜸해졌으며, 중증 장애인 시설들은 외부 봉사 지원이 중단된 상황이다. 취약 계층이 몰린 지역이나 복지시설은 마스크 품귀 현상과 안전용품의 부족을 호소하며,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불안한 마음뿐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완화할 ‘재난 기본소득’ 도입 논란이 연일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해외 사례를 들어 경제를 살릴 마중물이라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아무 조건 없는 기본 소득을 지급하면 복지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낳는다.

총선 시즌을 맞아 정치인들은 표심을 의식한 무책임한 과잉 대응 전략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회ㆍ경제적 불공정을 방치한 재난적 상황에 대한 한시적 조처와 위기관리에 그친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사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복지 서비스 공백으로 타격을 입는 계층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아직은 때가 이른 사회적 약자인 노약자, 빈곤층,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강한 책임감과 적절한 당국과의 협력이 결합한 선한 의지야말로 이 세상이 몹시 필요로 하는 가치를 더해줌을 강조하면서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간단한 방문조차 받을 수 없는 모든 이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기억할 것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이탈리아 정부가 채택한 정책에 발맞춰 당국의 노력에 협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결정하였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를 박멸할 방법을 찾지 못한 최선의 방책으로 격리라는 조치를 취했다. 쉬워 보였지만 갈수록 인간의 생활 전반을 위축시키고 마비시키는 데다 비정상적인 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또 전염병의 와중에 ‘사회적 거리 두기’는 최소한의 방역을 넘어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의료진과 방역 당국을 믿고 협조를 하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다. 정부는 차별과 혐오 대처에 민감한 반응을, 언론은 체계적 해결 방안과 대책을 촉구하는 보도가 바람직하다. 정치인은 전문가들을 앞세우고 이선으로 물러나 합의 도출과 정책 수단 결정에 매진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가 협력하는 것만이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역 울타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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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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