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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남에게 배려받고 싶은 대로 남을 배려하라

김승월 프란치스코(시그니스서울/ 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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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집에서 쉬세요.”

어머니가 여든 즈음에 성당 연령회에서 장지 가는 버스를 타려다 들은 말이다. 갈 사람이 많아 좌석이 부족하다며 연로한 분들은 열외를 시켜 주었다. 자상한 배려에 어머니는 기가 죽었다. 성당 화장실 청소한다기에 대야에 빗자루, 걸레 담아 들고 달려갔다가 또 한 말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할 테니 쉬란다. 나 역시 무심코 거들었다. “다 어머니 위해서예요. 몸조심하셔야지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듣던 소리를 내가 다시 들었다. 주보에 실린 주일 미사 의무 참여 제외 대상에서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건강에 위험을 받을 수 있는 신자에 고령자(65세 이상)가 포함되었다. 어느새 내 나이 65세를 넘어섰다. 별 탈이 없고 남에게 피해 줄 것 같지 않아 그대로 성당 나갔다. 그다음 주부터는 ‘65세 이상’이란 말이 빠지고 고령자로만 표기되었다. 이제는 대상에서 고령자가 아예 사라졌지만, 한동안 ‘65세 이상’이란 글자가 어른거렸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바이러스 통계(2020.5.25)를 보면, 치명률이 60대에서는 2.83, 70대는 10.99, 80대는 26.27다. 고령자 제외는 어르신들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다들 나름대로 알아서 받아들였다. 교회에 절대로 오지 못하게 막은 조치가 아니기에, 갈 만한 분들은 조심하며 나갔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20여 년 전 어느 침례교 교회의 연로한 신자가 새벽 예배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 교회 인근 성당에서 40대 신부님이 강론 중에 당부했다. 연세 높은 분이 새벽 미사에 나오는 건 위험하니 나오지 마시라고 했단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했겠지만, 일부 연로한 신자들이 발끈했다. 옮기기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어르신들이 느낀 건 배려가 아니라 소외 아닐까.

신체 장애인이 돌아다니는 것은 비장애인보다 위험하다. 장애인에게 위험하니 나다니지 말라고 하는 건 차별이다. 장애인이 편하게 나들이하도록 전동 휠체어를 마련해 주고, 휠체어 다니기 쉽게 문턱을 없애고 길 턱도 낮추고 있다. 전동 휠체어도 탈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는 봉사자 도움을 받게 주선해 주기도 한다. 그들 우리처럼 오가며 함께 지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전체 신자 중에서 65세 이상이 20.5다. 교회의 고령화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고민거리다. 고령 신자는 때로는 짐도 되지만 교회의 든든한 자산이다. 신앙생활의 진지함은 어느 연령층보다 돋보인다. 미사 참여율도 높다. 열심한 신자일수록 성당에 갈 수 없으면 더 힘들어한다.

코로나 사태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고, 비슷한 재난은 언젠가 반복될 수 있다. 노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배려가 체계적으로 수립되어야 하지 않을까? 신심이 돈독한 70대 신자 몇 분과 머리를 맞대어 보았다. 방송 미사 강론만큼은 노약자층을 배려하는 말씀으로 하면 어떨까? 영성체 갈증이 심한 분들을 위한 별도 대책은 없을까?

배려받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 마땅하지만, 배려받는다고 모두 고마워하는 건 아니다. 사람은 바둑돌처럼 두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원하는 바를 찾아내어 뭔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열외가 불가피한 조치라면, 열외 당하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아무리 해도 부족한 것이 사랑의 실천이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루카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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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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