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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탈북민 유튜버가 일깨워준 자유와 인권

김승월 프란치스코(시그니스서울/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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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부유층의 외아들로 태어나 김일성대를 나왔다. 부족함 없이 자랐고, 모두가 그리 사는 줄로 알았다. 베이징대 유학 시절에 남한 유학생들과 만나면서 북한 체제의 모순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국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동안 믿어온 가치가 무너져내렸다. 생각을 같이하는 북한 유학생 10여 명과 독서모임을 가졌다. 한 회원이 발각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단돈 50위안과 작은 가방을 들고 기숙사에서 빠져나왔다. 한국 대사관, 한국 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캄캄했다. 막다른 순간, 기적적으로 만난 분의 도움으로 아슬아슬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튜브 ‘난세일기’의 김금혁 이야기다.

탈북민 유튜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6월 말 현재,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채널이 11개가 넘고, 3만 명 이상은 30개를 웃돈다. 탈북민 3만 3000여 명에 비해 적지 않은 숫자다. 신세대 여성의 예능 콘텐츠부터 중년 진행자의 시사 콘텐츠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북전단에 반대하는 소리도 나온다. 보수, 진보 다 있다. 가장 눈길 끄는 건 탈북 이야기.

“탈북, 아주 쉬워요. 목숨 걸면 돼요.” 탈북민 유튜버 윤설미의 말이다. 목숨 걸고 국경을 넘어와도 중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다. 발각되면 강제 북송이다. 특히 여성에게는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화된 인신매매조직이 사기와 협박으로 노예처럼 팔아넘긴다. 강제 납치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에서 2019년 보고서를 냈다. 인터뷰한 45명 탈북 여성 중에서 약 60가 인신매매를 당했고, 그중 30는 강제 결혼했다.

외진 마을로 팔려가 중국인과 아이 낳고 산다고 해서 신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검거되면 가차 없다. 북한 보위부를 거쳐, 집결소, 교화소로 끌려가 참담한 폭력을 겪는다. 때에 따라서는 죽음의 문턱까지 몇 번이나 갔다 온다. 탈북민 김길선의 회고다. “사람은 살아있는 한, 살아야 하고, 살 수밖에 없어요.”

탈북민 유튜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주목받으려고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북한 현실과 다른 오래전 일을 지금 이야기처럼 말하기도 한다. 인터넷 세상에 흔한 가짜뉴스도 물론 있다. 유튜버 각자의 경험 세계와 신념을 가려가며 봐야 한다. 하지만 북한 상류층 출신을 비롯한 많은 유튜버가 부르짖는 자유와 인권만큼은 다 같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유와 인권은 공기와 같아서 누리고 살 때는 소중함을 느끼기 어렵다. 탈북민의 생생한 체험을 직접 듣다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일상의 속박과 신체의 구속, 무참하게 짓밟히는 인권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북한 주민에 대한 연민이 절로 생긴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도 돌아보며, 탈북민들을 인간답게 대하는지도 살피게 된다.

북한에 대한 인권 문제 제기가 효과 있다는 주장이 있다. 북한 경제 전문가 데일리NK 기자 강미진 데레사다. “2017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갔다가, 북한 대표가 국제 사회의 압력 받고 꽃제비 문제를 해결했다고 발표하는 걸 직접 들었어요. 당시 북한 경제 지표와 맞추어 보니 확실했습니다. 북한도 정상 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해요.”

북한은 언젠가 통일해야 할 상대다. 평화롭게 그 길을 함께 가려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 자유와 인권은 양보할 수 없는 절대 가치다. 탈북민 유튜버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런 외침을 남북한 모두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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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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