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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독친(毒親)의 화해 / 권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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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 보면 자식을 잘 되게 만들기 위해서 엄마가 독한 마음을 먹고 공부시키는 것을 일컬어 독할 ‘독’(毒)자에 어버이 ‘친’(親)자를 써서 독친이라고 말한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이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교실을 순시 중에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폭력을 가하는 현장을 보았다. 살기가 돋은 가해학생이 나에게 제일 먼저 한 말은 “제가 이 정도 사고를 쳤으면 어머니를 소환해야 하는 거지요?”라는 엉뚱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잘못했으니 부모님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신이 사고 친 것을 빨리 알려달라는 투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연유부터 알고 싶었다. 내막을 알고 보니 어머니가 중 3인 자기와는 전혀 상의 없이 학원을 다섯 곳이나 등록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모자간에 의견다툼이 벌어졌다. 다행(?)이도 아버지는 자기편이 되어 주셨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막무가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사고를 내면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판결을 선생님이 해 주실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카운트(Encount) 그룹을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상담부장 교사에게 위임했다. 하지만 그 분이 이런 상담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함께 하기로 했다. 첫날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엄청난 언쟁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셋이 각각 따로 갈 정도로 심각했다. 그래서 상담 선생님이 “저 가정이 이대로 괜찮을까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두 번째 상담이 시작되었을 때였다. 어머니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신이 그렇게 독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하면서였다.

남편의 형제들은 모두 유명 대학을 졸업했는데 자신만 유일하게 다른 대학 출신인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올해 아이의 사촌이 바로 그 대학에 합격을 한 것이다. 만약 자기 아들이 그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된다면 온 집안 식구들이 엄마를 잘 못 만나서 그렇게 된 것으로 말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그 말을 듣고 엄마의 그 아픈(?) 사정을 알게 된 아이는 속으로부터 울어나는 효심으로 “앞으로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하겠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영광을 돌려드리겠다”고 말하며 저항을 멈추었다. 아빠도 부인의 속사정을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부인이 독친(毒親)이 되는 것을 관대하게 허락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엄마는 계속 독을 품게 되고 아이는 그 독을 담배연기처럼 마시면서 살기로 화해가 된 셈이다.

독친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닌 약점을 자기 자녀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는 것이 독친이 되어가는 길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육한 아이들이 성장 후에 나타나는 해독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 시대는 사회 곳곳에서 창의력과 자주적 해결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엄마가 주는 독으로 자라온 아이에게서는 그 어떤 덕목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걱정이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지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잘 경청하면서 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안 될까?

한문으로 친자를 써보면 부모는 나무(木) 위에 서서(立) 보는(見) 사람이다. 그들의 성장과정을 엄마 마음대로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2015년 새해는 아이들도 행복하고 학교는 즐겁고 부모는 만족한 그런 한 해를 엄마들의 손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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