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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이 던져준 과제 /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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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1호기의 계속 운전 반대를 요청해왔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도 “신앙과 핵발전은 공존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27일 새벽 제35차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서는 노후된 월성1호기 수명연장(life extension) 승인을 결정했습니다.

저는 방청객으로 16시간 동안 지속된 회의 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일부 위원은 전혀 질문도 없다가 저녁이 가까워오자 표결로 처리하자고 조급하게 외쳤습니다. 막무가내로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을 강요하던 대중의 고함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새벽 1시 무렵 노후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던 2명의 위원이 퇴장해 버렸고 남은 7명이 만장일치로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을 의결 했습니다.

노후 원전 월성1호기 재가동 승인은 우리사회에 중대한 과제를 남겨놓았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 총무 양기석 신부(천주교창조보전연대 대표)는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문제는 핵발전 시설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사회의 생명과 안전 여부가 달린 중대한 문제이자 한국사회의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라고 말했습니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는 관광산업이 주요 산업의 하나로 관광객은 물론 주민을 위한 수많은 행사가 매일 개최됩니다. 현재 대부분이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나 월성원자력본부 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주최 및 후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회의도시로도 지정이 되었는데 3000명 수용 규모의 경주 화백컨벤션센터를 한수원이 건립하여 경주시에 기부 체납한 결과입니다.

이제 경주시는 한수원의 지원 없이는 풍족하고 윤택한 삶이 어려운 듯 보입니다. 이도 저도 관심이 없다는 이들도 블랙아웃(black out) 전기요금 인상 한수원 직원의 실직(失職)을 걱정하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원전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이 경계 대상이 되고 월성1호기에 관심을 촉구하는 신부님은 본당 신자들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갑상선 암으로 고통 받는 원전 인근 주민은 주변의 관심이나 한 푼의 지원조차 없이 외로운 법정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최근 집전한 미사에서 ‘돈의 우상화’에 대한 경계를 지적하시고 “정직한 경제 치유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한수원의 원전부지선정위원회 활동 전력이 드러나 자격 시비가 일고 있는 조 모 교수를 위원으로 둔 원안위 그 결정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고 밝힌 경주시의 입장은 돈의 우상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듯 합니다. 경주 행사에 유입된 많은 돈들은 정직한 경제와 거리가 멀고 결국 사람들을 치유하는 복지는커녕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성 경주시민 경주시의회 의원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한 사람으로서 원안위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life extension)의 결정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기꺼이 전깃불이 부족한 일상에서 살 것을 감수하겠습니다. 주변 신자들과 조용히 그 뜻을 실천해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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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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