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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 일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나명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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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탈북민들과 노래할 때가 제일 즐겁다. 노래하는 동안만큼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노래들을 얼마나 잘하는지 가수 뺨치는 경우가 많다. 목청도 꾀꼬리처럼 맑은소리가 난다. ‘만남’이라는 노래로 시작할 때 서로가 금방 하나 됨을 느낀다. 거기에 필자가 알고 있는 율동을 가미하면 낯설고 굳어 있던 그들의 얼굴이 한결 금방 밝아지면서 다음의 노래들에 더 힘차고 풍부한 감정이 실린다.

‘바위섬’을 부르면서 어떤 이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바다를 그리워하며 답답한 가슴을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에 내던져 비워내고 싶은 마음을 표출한다. ‘독도는 우리땅’ ‘아침이슬’을 부를 때는 또 얼마나 비장하고 힘차게 부르는지 분위기가 장엄해지기까지 한다. ‘소양강 처녀’ ‘찔레꽃’ ‘이등병의 편지’ ‘누이’ ‘홍시’를 부를 땐 고생했던 지난 시절 어릴 때부터 추억이 서린 곳 갈 수 없는 고향 그곳에 두고 온 가족 특히 부모님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나 보다. 몇 소절 안 가서 눈시울이 금방 홍시가 된다. ‘사랑을 위하여’ ‘애모’ ‘존재의 이유’ ‘그때 그 사람’ ‘사랑의 미로’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을 부를 때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분홍빛 표정이 나온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살았던 때문일까? 그들의 마음을 노랫말이 너무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로맨틱한 감정을 살리면서 부르는데 여간 분위기가 좋은 게 아니다. 이 분위기를 얹어 ‘무조건’을 부를라치면 정말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내어주러 달려나갈 사람처럼 신나고 적극적이다. 젊은이들과 달리 멋쩍어하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노들강변’을 부를 때는 어깨춤을 추면서 흥겹게 따라 부른다.

“이런 노래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불러요?”라고 물어보면 알(CD)이나 USB MP3 등을 통해서 듣고 배웠다고 한다. 물론 남한을 소재로 다룬 북한 영화에서 소개된 노래도 있고 외국노래로 알고 부른 경우도 있고 때로는 남한 노래를 북한 노래인 줄로 알고 부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쨌든 음악적 정서는 그 누구도 강제로 나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오죽했으면 세상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는 말에 공감을 느낄까? 서로 달라도 함께 부르는 가운데 동질감을 느끼고 함께 춤추고 함께 마시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이미 한 공동체 가족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순수한 것에는 나누임이 있을 수 없다. 순수란 나눌 수 없는 실체인 것 같다. 서로 달라도 같게 하는 것이 분명 있다. 같이 할 수 있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대박’ ‘드래스덴 구상’ ‘신뢰프로세스’ 등과 같은 거창하기만 한 용어는 이제 그만 만들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 노자 「도덕경」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라는 글귀가 갑자기 떠오르다. ‘도(통일)를 도(통일)라고 말하면 그것은 도(통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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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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