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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혼인성사와 가톨릭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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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가을철을 맞아 선남선녀들의 혼인 초대 청첩장이 대부분의 가정에 많이 날아온다. 가깝게는 형제로부터 시작하여 친척이나 친구 선배 후배 고객 등 하루 중 같은 시간에 2~3건 중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 가톨릭교회의 혼인 미사 집전이 너무 전통에 얽매여 엄숙하게 진행되다 보니 ‘즐거운 결혼식’의 의미를 제대로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이 주시는 혼인성사의 장소를 교회가 아닌 호텔 웨딩홀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구청 지하 강당이나 야외 가든으로 정하는 경우가 왜 그렇게 많은지를 심도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레지오 등 신심단체에서 효과적인 선교에 대해 논할 때 으레 ‘장례미사’ 사례를 얘기한다.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위하여 정성껏 연도를 하고 친자식도 염을 하기 어려운 일을 본당 연도회에서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보고는 외인인 고인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장례식을 마친 후에 스스로 예비자 교리를 받겠다고 나서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그렇다면 왜 즐거운 ‘혼인미사’에서는 외인들에게 그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혼인미사가 너무 형식에 치우쳐 버린 나머지 주례자의 철학도 없고 나아가서는 흥미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결혼식 장소가 자꾸 본당 성전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따라서 좋은 선교의 기회를 많이 놓치는 것이다.

지난 봄 나는 개신교회 목사님 집전으로 열린 교회 혼인식에 간 적이 있다. 식순에 따라 신랑이 입장한 후 신부 입장 때 목사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입장 합니다. 모두 기립하여 축하해 주십시오!”라고 하시자 식장 안은 그야말로 큰 박수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목사님의 말씀은 이러했다.

“혼인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파기 할 수가 없습니다. 계약은 이행한 후에 조건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더 주거나 또는 받고서는 해제할 수 있지만 혼인은 하느님과 여기에 오신 모든 분과의 언약이기 때문에 파기 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 부부는 독립된 가정을 만드는데 부모는 영육간의 태를 끊어 주어야 합니다. 자식이 순산하면 태를 끊어 주지 않습니까? 바로 그런 원리입니다. 그리고 부모는 멀리서 후원과 격려만 하고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그 때 진정한 혼인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큰 돈이 들지 않고도 진정으로 부부의 혼인을 축하해주는 멋진 장면을 경험했다.

‘목사님은 결코 신부님을 따라갈 수 없다’는 나의 좁은 편견이 사라지는 결혼식이었다.

이와 같은 알아 듣기 쉬운 내용의 주례사가 ‘혼인미사’ 축하를 위해 참석하는 많은 하객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된다면 ‘장례미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가톨릭 선교의 진정한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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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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