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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사랑을 주시고…” / 국춘심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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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금년 2015년을 축성생활의 해로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축성생활’이 ‘수도생활’의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으나 수도생활은 공의회 후 성령께서 교회에 내려주신 아름다운 선물들 중 하나인 다양한 축성생활의 한 형태일 뿐이다. 한국교회에서는 겨우 수도회와 재속회 및 동정녀회 정도로 그 형태가 다양하지도 않고 수도자가 절대다수이다 보니 수도생활의 다른 이름이 축성생활인 줄로 아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축성생활의 해를 마치 수도생활의 해처럼 여기는 분위기여서 안타깝다.

더 안타까운 것은 수도생활이 아닌 다른 형태의 축성생활자들 자신들도 축성생활자로서의 신원의식이 모호하고 축성생활의 해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없다는 사실과 함께 이런 결과를 불러온 한국교회 전체의 일관된 무관심이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안타까운 것은 세례축성과 혼인축성을 받은 평신도들이 자신이 받은 축성을 깨닫지도 그에 합당한 삶을 살 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 안에는 사제축성 복음권고의 서약을 통한 축성(‘축성생활’로 불리는) 혼인축성이라는 세 가지 축성이 있으며 모두 세례축성에 기초하여 각각의 고유한 부르심에 따라 ‘사랑을 완성해 갈’ 사명을 받고 있다. 다만 복음권고의 서약을 통해 축성된 사람들에게 고유한 이름이 없어 교회는 ‘축성생활’이라는 고귀한 명칭을 그들에게 부여했을 뿐이다.

아무튼 복음권고를 서약하고 살아가는 축성생활을 특별히 조명하는 금년에 바로 이달에 가정을 주제로 한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열린다는 사실의 큰 의미에 대해서는 교종 자신이 말한다. “축성생활의 해와 가정에 대한 주교대의원회의의 다행스러운 일치에 대해 주님을 찬미합니다. 가정과 축성생활은 모든 사람에게 풍요로움과 은총을 가져다주는 성소들이며 생명의 관계를 건설함에 있어 인간화의 공간이요 복음화의 자리입니다. 그들은 서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축성생활자들에게 보내는 서간 III-2)

교종의 특징적인 현실주의는 접시가 날아다니는 부부싸움의 현장 골치 아픈 자녀들 문제 말할 필요조차 없는 시어머니… 등 가정이 매일 봉착하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 십자가의 길에서 부활의 길을 가리킨다. “가정에는 항상 항상 십자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는 십자가 다음에 부활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우리에게 이 길도 열어 주셨거든요. 그래서 가정은 희망의 공장입니다.… 생명과 부활이라는 희망의 공장이에요.”(9월 26일 필라델피아 가정 축제 전야제)”

그런데 이 연설에서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창조론에 대한 교종의 새로운 통찰이었다. “하느님께서 하신 가장 멋진 일은 가정입니다.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지요.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셨어요. 그들에게 세상을 넘겨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저 남자와 여자 두 개인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을 창조하셨고 “이 놀라운 창조에서 당신이 이루신 모든 사랑을” 한 가정에 맡기셨다는 것이다.

그 모든 사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비결 하나를 그는 일찌감치 공개한 바 있다. 혼인과 사랑을 포함하여 지속되는 가치가 드문 이 액체시대에 ‘영원한’ 사랑을 향해 부활의 길을 열어가는 하나의 비결을 교종은 간단한 화살기도로 알려 준 것이다. “부부들은 주님의 기도를 이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사랑을 주시고…’ …이것이 약혼자들과 부부들의 기도입니다. 저희가 사랑하도록 서로 좋아하도록 가르쳐 주소서!”(2014년 2월 14일 약혼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는 정확히 축성생활 공동체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완전한 사랑을 향해 가는 매일의 삶의 길에서 우리는 수도공동체에서 가정공동체에서 바로 ‘오늘’을 위한 사랑 “일용할 사랑”을 청해야 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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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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