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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 일치] 이방인 마리너스 수사의 기도 / 오규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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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우리 민족이 광복의 기쁨과 분단의 슬픔을 동시에 맞이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편에서 광복을 기념하면서 한편으로 분단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지만 큰 변화 없이 마지막 한 장의 달력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농축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영화 ‘국제시장’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미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를 타고 북한을 탈출한 1만4000명의 피난민 가운데 한 사람인 ‘덕수’의 인생 이야기다.

덕수가 빅토리호에 승선한 흥남은 북한 공산정권의 탄압으로 덕원의 베네딕도 수도원이 경상북도 왜관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베네딕도 수도회 신부들이 사목을 담당한 곳이다. 2001년 미국 뉴저지의 뉴튼 세인트 폴 수도원은 노후한 자신을 왜관 베네딕도 수도원이 인수해 운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왜관의 수사들은 이 제의에 대해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전 조사 차 뉴튼 수도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6.25전쟁 후 종적을 감춘 덕수를 포함해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탈출시킨 빅토리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Leonard Larue)를 만났다. 라루 선장은 ‘마리너스’(Marinus) 수사가 돼 뉴튼 수도원에서 50년 동안 전쟁의 참화 속에 세상을 등진 이들과 생존한 한국인의 안녕과 귀향 그리고 북한교회의 복원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왜관 수사들을 만난 마리너스 수사는 소명을 다했는지 만남 이틀 후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 영화 국제시장보다 더욱 감동적인 이 이야기는 작가 공지영이 「높고 푸른 사다리」로 소설화했고 「수도원 기행2」에 자세히 묘사했다.

1920년대 파리외방전교회는 황해도 지역을 포함해 서울교구를 관할하고 함경도 지역은 독일 베네딕도 수도회가 평안도 지역은 미국 메리놀 외방전교회가 사목을 담당했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에도 신앙을 지켜왔던 북한지역 5만2000여 명의 신자와 57개 본당은 6.25전쟁 이후 활동이 정지됐다. 덕수가 탈출한 지역의 흥남본당 게롤드 피셔(Gerold Fischer) 주임신부는 1949년 5월 15일 북한 보위부원들에게 납치된 후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김수환 추기경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주문했고 매주 화요일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은 북녘 본당의 구체적 회복을 위해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 출범 미사를 봉헌했다. 이제 매주 화요일 오후 7시에 북녘 본당 2개를 지향하는 미사가 봉헌될 것이다. 이방인 마리너스 수사는 선종하기 이틀 전까지 50년 동안 6.25전쟁으로 희생된 우리 동포들과 북한교회의 복원을 위해 기도했다. 우리 모두 북녘 땅에 활동이 정지된 본당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기도한다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이뤄질 것이다.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이루어진다.

오규열 박사는 서울디지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이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했고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평화나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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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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