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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너희는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 변승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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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전교기구 일로 태국에 있는 미얀마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 처음 보는 작은 나무를 가는 곳마다 밭에서 키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나무는 뿌리에서 타피오카라는 전분을 생산하는 카사바라는 식물이었다. 삶아서 먹을 수도 있고 무게의 30 정도의 전분을 추출할 수 있는 이 식물은 남미가 원산지이며 바이오 연료 등의 개발로 수요가 많아진 전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용한 열대작물이다. 소주 원료가 이것이며 10여 개 소주회사가 동남아에서 직접 주정을 생산해 수입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고 동남아에서 세계 생산량의 30 정도를 재배한다는 이 식물을 보면서 새삼 세상은 늘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고 우리도 늘 그랬듯이 해답을 찾아간다. 그러나 그 해답이 과연 늘 정답일까?

생명체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한다. 그 적응이 개체와 종을 살리는 진화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암세포의 경우는 외부의 자극으로 변이를 일으켜 과도한 증식을 하는 우리 몸속의 괴물과 같은 존재다. 그 암세포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이 매우 우수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다른 세포들보다 우월한 존재이고 그들에게 필요한 양분을 가로채 비대해질 권리가 있다고 자신과 같은 건강하고 우량한 세포가 개체의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고 말이다. 어느 영화에서 인류는 지구 입장에서 보면 바이러스와 같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는 인체가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기 위해 열이 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인류가 환경 파괴를 그만두지 않으면 지구나 인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대림시기를 지내면서 인권주일과 사회교리주간을 지내면서 생각해본다. 주님께서 바라시는 세상 하느님 나라의 핵심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준비하고 추구해야 할 것인가? 생명체로 말한다면 그것은 건강하고 조화로운 세상일 것이다. 몸 구석구석까지 영양분이 잘 도달해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도 양분이 부족해 죽어가는 조직도 없고 기관과 기관 세포와 세포가 서로 도와 서로를 살게 하는 그리고 환경의 변화나 예기하지 못한 사태도 유연하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이겨가되 조화를 잃지 않는 건강한 생명 공동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이기심과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어려운 이를 진심으로 돕는 마음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넓고도 깊은 사랑을 배우고 따르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이런 사랑을 추구하려는 열의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지나친 욕심과 두려움 때문인지 그로 인한 과로에 지친 탓인지 협력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기보다 나보다 약한 이를 희생시켜 자신과 사회를 서서히 병들게 하는 선택에 쉽게 넘어가고 만다. 법이 약한 이를 보호하기보다 강자 편에 서서 계층의 간극을 더욱 벌리고 억울함을 풀어주기보다는 억울한 이를 억누르는 이 사회의 인권 상황을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조화와 상생이 다다를 수 없는 이상으로 치부되고 잊혀져가는 이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믿음인 듯하다.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 세상의 죄를 없애시고 사랑의 새 계명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의 소명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바로 이 믿음을 살고 전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와 가난한 이 억울한 이를 형제로 받아들여 그 아픔을 나누고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복음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협력과 조화가 깨어진 세상은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 19)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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