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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성시간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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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주 목요일 저녁 7시 미사가 끝난 명동성당 안. 성당의 조명이 꺼지고 또 다른 전례 준비로 분주해집니다. 바쁜 움직임을 피해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시간의 어둠을 느끼고자 합니다.

저녁 8시 성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입당 성가가 흘러나오고 전례단과 신부님이 줄을 맞춰 행렬을 합니다. 사뭇 다른 전례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지만 성체 분향이 시작되면 다시 안정된 마음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여느 미사처럼 독서 말씀과 강론이 끝나고, 성시간에만 있는 묵상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성당 안이 주는 어둠은 감은 눈과 함께 묵상을 더욱 깊게 빠져들게 합니다.

약 20분간의 묵상 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고 갑니다.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 내가 기도해주고 싶은 사람들, 내가 바라는 것들 등이 떠오릅니다.

때로는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자 눈물을 머금고 기도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들을 듣고 있자면 사람들이 얼마나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지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묵상 시간이 중반에 접어들 무렵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시간은 미사 시간이 아니고 성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성시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큰 고통 중에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시며 피땀을 흘리시기까지 괴로워하신 것을 마음속 깊이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만큼은 내가 예수님의 고통을 기억하며 위로를 드려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십자가를 바라보니 고통 중에 홀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을 이야기할 때 ‘서로 사랑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사랑의 방식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나를 위로해주듯, 나 역시 이 시간만이라도 예수님께 진심 어린 위로를 해드려야 합니다. 진정한 위로는 서로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마태 26,38.40 참조)

최유주 수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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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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