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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악마는 선입견을 입고 있다 / 이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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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바라는 게 없어야 거리낌이 없다. 자기를 내세울 일이 없어야 편하다. 나는 일찍이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는 일에 무뎌지기로 마음먹은 적이 있다. 누가 날 천대하거나 못 배운 놈이라고 무시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 않으면 결국 나만 상처받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피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럴 땐 오히려 선입견에 붙들려 있는 상대가 더 걱정이었다.

세상엔 천사처럼 태어나서 악마처럼 늙어가는 사람도 있다. 탐욕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편견에 길들여진 사람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과 타인을 괴롭혀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개인뿐 아니라 고정관념을 가지고 약자에게 군림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선입견을 벗어나지 못한 굴절된 잣대로는 함께 사는 행복과 모든 다양한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를 배우기 전에 철학을 독학했다. 어린 시절부터 사상서를 읽다 보니 학력 없는 철인들이 있어, 거기에 희망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철학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한 참된 가치를 이룰 수 없고, 신앙에 있어서도 선입견이야말로 독단과 아집의 우상화에 빠지게 한다.

나는 한때 미래를 어둡게 하는 선입견을 버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예수님을 만나서야 그것을 내던질 수 있었다. 신자들 중에도 선입견에 묶인 사람은 희생보다 자기자랑하기에 바쁘다. 자기 생각을 하느님 뜻으로 우기는가 하면, 주님의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자신의 도구인 양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일방적인 선입견이 부리는 착각이다. 이렇듯 악마는 인간의 교만한 선입견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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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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