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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 일치] 안중근 의사가 남긴 미완의 숙제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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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에 분명히 정해져 있는 이치이다.” 100여 년 전 안중근(토마스) 의사가 남긴 미완의 꿈, ‘동양평화론’의 첫 구절이다. 정치·경제·군사적 협력 방안을 제시하는 ‘동양평화론’은 뤼순을 중립화시켜 한·중·일 대표가 ‘동양평화회의’를 조직하고 공동은행 설립과 공용화폐 발행 그리고 공동평화군을 구성하자는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상론’이다. 유럽연합(EU)보다 앞선 생각으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과 달리, 유럽을 통합해 평화와 공동번영을 주창한 장 모네(Jean Monnet)의 꿈은 2014년 이후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등지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세력의 잇단 테러와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반(反)이민’·‘반(反)EU’의 기류를 형성하며 표류 중이다.

실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가 국민투표로 실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경기 침체로 유럽연합 가입에 따른 각종 혜택들이 급격히 감소했고, 유럽 각국의 국가 간 통행 제한을 없앤 ‘셍겐조약’(Schengen agreement)에 따라 난민들이 국경 없이 대거 유입됨으로써 자국의 일자리 감소와 복지 축소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 남겨진 27개 회원국들도 민족주의를 위시한 극우정당의 추동에 힘입어 탈퇴를 선언하고 있다. 덴마크국민당(DF), 슬로바키아국민당(SNS), 스웨덴민주당(SD), 네덜란드자유당(PVV), 오스트리아자유당(FPOe) 등의 극우정당들은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요구와 난민 추방 등을 주도하며 ‘탈퇴 도미노’를 견인 중이다.

극우정당들은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용해, 종족과 문화집단을 중심으로 민족 정체성을 재구성한다는 ‘종족민족주의’(ethno-nationalism)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과 민족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 오스트리아 자유당 대표 노르베르트 호퍼(Norbert Hofer) 등의 대중영합적 정치인들은 분열과 갈등, 편협과 증오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탈퇴현상, 극우정당의 대중영합정치와 종족민족주의가 꿈틀거리는 혼돈과 격변의 상황에서 100여 년 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안 의사의 꿈은 새로운 도전 앞에 놓여있다.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동양평화론, 그 원대한 꿈은 유럽의 상황을 거울삼아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 건설이라는 새로운 꿈의 도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이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없다”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꿈을 더 공고히 만드는 기폭제로, 내일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의 선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유럽의 분열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이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우리에게 남긴 미완의 과제일 것이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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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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