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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가난한 사랑 / 이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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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믿음은 가난 속에서 성장했다. 가난한 마음은 곧 간절한 마음이 되어 예수님께 대한 깊은 신뢰심을 갖게 했다. 나는 일찍이 가난한 삶을 사신 예수님으로부터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만약 가난이 희망의 가치를 품을 수 없는 것이라면 예수님께서도 가난을 사랑의 대상으로 포용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가난은 곧 자비의 대상이기에 예수님께서도 가난 속의 고통을 보시는 심정의 기점에서 구원을 이루겠다고 약속하셨고, 나는 그 말씀을 믿었다.

사실 가난은 내 시의 터전이었다. 가장 겸손한 자리였다. 뭐든 위에서 내려다보면 보이지 않지만 아래서 올려다보면 실체가 잘 보이듯이 가난한 마음과 가난한 눈에는 존재의 진실이 잘 보였다. 그러므로 가난은 부끄러운 처지가 아니라 희망이 성장하는 빛의 터전이었다. 세상 탐욕에 휘둘리는 바닥이 아니라 구원에 대한 믿음과 찬미의 시를 봉헌하는 성소였다.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근심이 가볍고/ 가난해서 행복이 깨끗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고난을 견디고/ 가난해서 희망이 소중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무지한 것은 아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이해심이 넓고/ 가난해서 지혜가 순박하다.”(졸시「가난한 삶」전문)

예수님의 또 다른 이름은 ‘가난한 사랑’이었다. 주님께 봉헌한 시집 제목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가난했지만 곧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병들고, 가난하고, 갇힌 이들,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다니셨는데 바로 ‘그들이 곧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눈물을 흘렸다. 누가 진정 예수님을 사랑하는가? 그에게 가난한 마음보다 더 나은 땅은 없으리라.

이인평(아우구스티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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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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