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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재생의료 촉진을 위한 법안, 환자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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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줄기세포와 재생의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개발제품들을 보다 빠르게 실용화 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다시 발의된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다. 입법 취지는 ‘우리나라 재생의료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재생의료 발전을 통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바람직한 것이고, 개발된 세포치료제가 긴 검증절차 없이 바로 의료현장에서 실용화될 수 있다면, 신성장동력산업으로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저성장, 고실업의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부합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비전만이 아니라 왜 신약개발과정이 그처럼 더딘 것인지도 이해하고, 그것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무엇을 지불해야 하는지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치료제를 비롯한 신약들은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신약의 안전성도 검증해야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유효성’을 검증한 후에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약사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되었다는 신약이 실제로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검증하는 과정은, 효과도 없는 약에 금액을 지불하고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환자를 보호하는 국가의 기본 의무에 해당하기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미국의 한 통계에 의하면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절반 이상은 이 부분에 소요되고, 후기 임상시험의 88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중도하차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자들도 ‘죽음의 계곡’ 이란 표현을 쓸 만큼 이 과정을 힘들어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 제출된 첨단재생의료 지원 법안의 골자를 보면 첨단 줄기세포, 조직공학, 이종세포 등에 대해서는 이러한 관리 체계를 거치지 않고, ‘재생의료 진흥원’이라는 새로운 조직과, 첨단재생의료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이들이 연구, 정책, 인허가 과정에 관한 주도적 권한을 가지고 이런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심사전문기관이나 연구개발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각 부처의 고유기능까지도 모두 넘나드는 혼란을 초래할 뿐 아니라, 환자들이 자신의 돈까지 내면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노출되는 인권 차원의 문제, 또한 개발과정에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개발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환자나 보험공단이 대신 부담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경제성장의 이득과 환자의 인권사이의 균형에 관한 고민으로 봐야 할까? 실은 그렇지 않다. 허가 과정이 쉽게 되면 오히려 기술경쟁력이 떨어지고, 세계시장에서 그 나라 제품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첨단재생의료 조치이후 보이듯, 그 틈새를 오히려 덜 준비된 외국기업들이 쉽게 넘어올 수 있는 구실만 제공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엄격한 심사기준이 당장은 개발자의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실은 우리 바이오 기업의 체력을 강화하고 정부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생할 수 있는 기업을 탄생시키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주요 선진국에서 인권의 문제를 최우선 순위로 놓는 것이 결코 그들의 산업적 이해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도덕적이면 빈곤하게 된다는 청빈(淸貧) 아닌 청부(淸富)의 개념을, 가장 도덕적인 것이 가장 산업적이라는 것을 국제화 시대에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식약처가 국제수준의 관리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절박한 환자들을 위한 탄력적인 운용을 위해 ‘조건부 허가적용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법체계의 중심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현재 발의된 입법안의 취지를 잘 살려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일환(알베르토·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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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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