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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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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1983년 뜨거웠던 여름, 무명의 가수 설운도가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38일, 453시간45분 동안 잃어버린 내 형제, 내 가족을 찾기 위한 간절함을 우리 모두에게 애절함으로 전달했다.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 메게 불러봅니다.” 방송국 벽을 빼곡히 메운 전단지마다 오직 내 가족을 찾겠다는 강렬한 일념으로 가득 찼다.

세계 최장 연속 생방송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2015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방송 테이프만 무려 463개. 일일방송 진행표, 방송 큐시트, 이산가족이 직접 작성한 신청서, 방송 주제곡으로 사용한 ‘잃어버린 30년’ 등 2만522건의 방송기록물이 포함됐다.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는 간단했다. 6·25 전쟁으로 인한 동족상잔의 비극과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아픔이 두 번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여기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뜨거웠던 여름도 이제는 기억 저 편, 아련한 흔적이 됐다. 속절없이 세월은 흘러 이산가족들의 머리엔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백발이 된 이산가족들. ‘잃어버린 30년’을 그저 허망하게 흘려보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2016년 6월 말 기준으로 모두 13만85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6만7180명으로 전체 이산가족 중에서 절반이 넘는 51.3에 달한다. 보고 싶은 가족을 이생에서 만나지도 못하고 이들은 한 많은 그리움 속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이보다 더 가슴 아픈 현실은 생존하고 있는 이산가족 6만3670명 중에서 90세 이상이 1만547명, 80~89세가 2만7877명에 달해 80세 이상의 초고령자가 60.4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겐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살아 숨 쉬고 있는 1분 1초가 그저 초조할 따름이다. 시간이 없다. 언제 어떻게 생을 마감할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저 내 생에 단 한 번, 꿈에서라도 내 형제, 내 가족을 만나보는 것, 죽어서라도 우리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머니, 구현이가 왔어요” 68년 만에 아흔이 넘은 백발의 노인 김구현 할아버지가 북녘땅 자신의 집 앞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 그렇게 목 놓아 외쳤다. 이것이 진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는 현실이 아니었다. “고향은 내 마음이 머무는 곳. 하지만, 다시 고향땅에 갈 수 없다면?” 2016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현대차의 고잉홈(Going Home) 캠페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의 아픔을 가상현실을 통해 고향집 방문의 여정으로 담아낸 의미 있는 캠페인이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 없는 북녘땅 나의 가족. 언제까지 이 기다림은 계속돼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 기약 없는 이별을 감당해내야 하는 걸까.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거의 없다.

박현우(안셀모) 통일의 별(Uni Sta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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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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