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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천주교 신앙과 조상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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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할아버지 기일이 다가온다. 직장 관계로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나는 제사를 지내러 본가로 내려가야 한다. 문득 가톨릭 신앙과 조상 제사를 지내는 의미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우리 집안 식구들은 모두 가톨릭 신자다. 집안에 신부님도 한 분 계신다. 그럼에도 여전히 할아버지 할머니 기일이 되면 제사를 지내고, 명절이면 차례를 지낸다. 물론 천주교에서는 제사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기에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제사음식을 준비하느라 고생만 하고 정작 제사를 지내는 의미는 알지도 못한 채, 형식적으로 답습하는 데 그친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술잔을 흔들어 올리거나 첨잔을 하고, 밥에 숟가락을 꽂는 등 일련의 절차에 따라 제사를 지내면서도 그것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한다. 집안 어른들 역시 의미를 되새기기보다 그저 해오던 절차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것이 전부인 듯하다.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이 행위들이 가톨릭 신앙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조상의 혼이 와서 드셔야 하기에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거나, 음식에 젓가락을 올려두는 행위들은 오히려 미신에 가깝고 신앙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지난 명절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유교식 제사 대신 함께 기도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돌아온 대답은 ‘No’였다. 물론 조상을 기억하며 대대로 지켜온 전통을 없앤다는 것이 어른들 입장에서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 전통이 형식에 그치고 있다면 어떻게든 바꿔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군다나 신앙인이라면 말이다.

천주교에서 조상 제사를 허락한 것은 유교식 제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 전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다. 그렇다면 의미도 모른 채 미신적인 제사를 지내기보다는 가족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며 조상을 기억하고,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런 친교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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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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