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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의 창]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젊은이, 그리고 어쩌다 어른 / 김주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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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대 중반 4년제 대학 진학율은 20 초반이었다. 같은 교실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한 친구들 4명 중 1명만이 4년제 대학에 갔다는 말이다. 나머지 3명은 대학에 관심이 없거나 2년제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그도 아니면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나 진학률이 낮았던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수치다. 지금이야 마음만 먹으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4년제 대학 진학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상당수의 신입생들은 공부보다는 노는 데 전념했었다.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됐던 입시공부에 진저리가 나서이기도 했고, 딱히 공부에 전념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도 했다. 실제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선배들 역시, 극소수를 제외하고 공부와는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학과 사무실에는 대기업에서 날아든 추천장이 있어서 그것만 잡으면 바로 취직이 되기도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선놀음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얼마 안 가서 IMF를 맞이하고 나서야 그 모든 것이 한때의 흐름이었음을 발견했다. 우리나라의 산업이 팽창하던 시기였고, 상대적으로 대학생 수가 많지 않았기에 벌어졌던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이제 그런 식의 한가한 대학생활이나 경쟁 없는 취업은 가능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런 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런 시기에 대학을 다니고 졸업했었음을 감사하거나 미안하게 느껴야 할 것만 같다. 이런 와중에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었다. 도대체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시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제대로 된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할 대화 상대가 적다는 것이다. 특별히, 직업이나 전공 관련 조언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설계에 대한 조언을 구할 코치나 멘토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은 주변에서 떠돌아다니는 소위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거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고만고만한 정보 찾기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그들이 찾아가서 이야기 나눌 만한 그 많은 어른들은 다 어딜 간 것일까?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본 문구 중에 ‘어쩌다 어른’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을 보니, 나 역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어른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어른 노릇을 해야만 하는 나이가 되었음도 발견한다.

그동안 너무 어른 노릇을 안 하고 산 것일까? 아니면 이젠 젊은이들의 앞날을 도와주고 조언을 하기엔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요즘 사회의 변화속도에 비추어 볼 때 너무 낡은 것일까? 그래도 그동안 열심히 살아 온 날들이 가르쳐 준 지혜의 목소리를 함께 나눌 만한 여지는 남아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주 오래간만에 견진 대부를 서게 된다. 두 아이의 아빠이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삼십대의 젊은 대자가 생길 예정이다. 당연히 대부-대자의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론 정말 대부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비록 어쩌다 된 어른이기는 해도 새로 생긴 대자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 하나쯤은 들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젊은 시절, 피정을 갔다가 마음에 새기고 왔던 성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이 구절을 읽은 대자가 지혜의 눈이 열려서 적어도 두 치나 세 치 앞을 내다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예수께서는 소경의 손을 잡고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고 손을 얹으신 다음 “무엇이 좀 보이느냐?” 하고 물으셨다.(마르 8,23


김주후(요한 보스코)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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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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