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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끊어진 레일 / 장정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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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행길에 들른 미술관에서 감동적인 조각품을 발견했어요. 마흔셋에 세상을 뜬 류인이라는 분의 작품전이었는데, 그는 우리나라 구상조각계의 작은 거인이라고 불리는 천재 조각가였다는군요. 전시 작품 중에서도 아홉 명의 건장한 청년이 레일 위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의 묵직한 브론즈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멎었는데, 「급행열차 - 시대의 변」이라는 제목이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청년은 아주 힘이 넘치는 모습으로 급행열차의 속도를 즐기는 표정인 반면, 그다음 청년부터는 머리와 팔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속도에 취해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지, 우리는 너무 정신없이 살고 있지, 하면서 마지막 청년에게까지 다가갔는데, 신기하게도 거기서, 레일이 끊겨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위를 올려다보니 그 아홉 번째 청년은 마치 꿈틀거리며 얼굴과 팔의 형상을 되찾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만 본 것이 아니라 희망을 발견하고 싶어 했을 한 예술인의 고뇌와 맞닥뜨려 그와 공감하였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아마 그는 우리가 이렇게 바쁘게 살다 보면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주님의 날인 주일, 성당에 앉아, 그것이 바로 레일을 잠시 끊는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그저 이레에 한 시간이라도 주님 앞에 앉아 보는 것. 나를 내려놓고 무한하신 분과 대화하는 것. 바로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본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정애(마리아고레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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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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