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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물은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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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가을 어느 날 낙동강 생태탐방에 함께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에서 10월 22일에 마련한 낙동강과 내성천 생태현장 탐방이었다. 미리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내성천의 모래톱을 직접 걸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내성천이 어디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혀 몰랐다. 환경사목위원회 청년 활동가로서는 너무 무지하고 게으른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내성천과 관련된 교육방송(EBS) 동영상 등을 찾아보고 조금은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떠났다.

생태 탐방의 첫 도착지는 경북 칠곡에 있는 ‘칠곡보’였다. 생태 사진가 박용훈 선생님께서 ‘보’라는 개념을 설명해 주셨지만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해졌다. 인터넷에 ‘칠곡보’를 검색해보니 오토 캠핑장, 자전거 도로 등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즐거운 기억들뿐이었다. 칠곡‘보’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시멘트로 뒤덮여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린 칠곡보가 보여주는 모습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엄마를 따라온 꼬마 아이조차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듯, “이건 더러운 물이야”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자연은 이제 그렇게 황폐한 땅이 되고 말았다. 이런 보가 13개나 더 있다니…. 4대강 사업이 홍수 방지의 목적으로 시작됐다는데, 지금은 배수불량으로 물고기들이 모두 폐사하는 등 심하게 병을 앓고 있다.

이런 생태계의 변화를 지켜보자니 답답한 마음이다. 칠곡보를 잠시 둘러보고 1시간 정도 이동해 내성천에 도착했다. 다들 오랜만에 모래밭을 걷는다고, 해수욕장을 걷는 느낌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바지를 걷고 미리 준비한 양말을 신고 내성천을 걷기 시작했다. 탑교에서 상류까지 약 1㎞를 걸었는데 물이 참 맑았다. 몇 개월 전에는 더 깊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종아리에 찰랑거릴 정도의 수위였다.

길이 110㎞의 마르지 않는 물길, 어머니 강 내성천. 영주, 예천을 흘러 낙동강과 만나는데 지금은 모래톱도 거칠어지고 모래가 많이 유실되어 그 자리는 무성한 풀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모래강인 내성천은 5월에 담수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미리 보고 간 영상 속에서 내성천 주민들은 하나둘씩 삶의 터전인 내성천을 떠나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내성천의 모습을 그저 사진에 담을 뿐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당연한 자연의 순리가 지켜지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성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관심이 내성천을 더 이상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힘을 더해 주었으면 한다.


환경사목위원회 청년활동가 주경남 루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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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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