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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하늘은 이슬비처럼 / 장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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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연주회에 갔어요. 창단 기념 연주회라 아직 기량이 그렇게 무르익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대단한 연주였습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그동안 닦은 기량을 선보였고, 그래선지 청중들도 혼연일체가 되어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집중하고 있는 듯했어요.

어느 순간 한 단원이 눈에 띄었는데, 그가 얼마나 입을 크게 벌려 발성을 하는지 문득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떠올릴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그가 우리의 시선을 계속 붙들고 있었던 것은 입 모양뿐 아니라 마치 이 세상에 자신과 지휘자만 존재하고 있는 듯 온전히 지휘자에게 집중해서 노래 부르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1부가 끝난 휴식 시간에 일행으로부터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바로 그런 모습이 우리를 그 연주에 집중시켜 주었고, 그로써 그들의 음악성까지도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요즘 경주 시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언론에서도 여진 이야기만 이따금 나올 뿐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5.8 규모는 비길 바가 못 되는 매머드급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진앙이 국가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니 나라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고, 진동 역시 상상을 초월하며, 여진 또한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그러니 나라 곳곳의 힘든 이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이제 곧 겨울이 올 텐데요.

그 합창단원들처럼 그렇게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한 정치인들을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가 있을까요! “하늘은 이슬비처럼 의인을 내려다오”라는 성가 한 소절이 참으로 간절히 마음을 적시는 날들입니다.
장정애(마리아고레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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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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