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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우담바라 꽃만큼 / 장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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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들과 어느 스님을 뵈러 갔어요. 스님께서는 전날 늦게까지 만들었노라며 팔찌 묵주를 하나씩 선물해 주셨어요. 염주를 만드는 재료였겠지만 묵주기도 한 단의 개수를 맞추어 엮으신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불자 몇 분도 그 자리에 함께했는데, 스님께서 저희 일행을 소개하려고 초대한 분들이었습니다.

종교와 실천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생소한 용어가 있으면 설명을 청해 듣기도 하고, 그것을 귀담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요. 편안하고 따뜻한 만남이었습니다. 정성껏 준비해 주신 공양(식사)을 마치자 스님께서 보여 줄 것이 있다고 하시네요. 불가에서 아주 귀하게 여기는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이 꽃은 3000년에 한 번 피는 전설의 꽃인데, 그렇게 귀한 만큼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징조라고도 하더군요.

법당의 천정과 문살에 육안으로는 쌀알 반 톨만한 크기의 하얀 구슬이 보였는데, 휴대폰으로 찍어서 확대하니 열 송이도 더 됨직한 꽃봉오리들이 모여 있는 형상이었어요. 실오리만한 대에 하늘거리며 맺혀 있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 우담바라가 부처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라는 설도 있고 물잠자리 알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튼 흔하지 않은 현상인데다 그 모양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짧은 해가 기울었기에 낯선 산길을 서둘러 돌아오면서 소통의 부재로 온 나라가 어두워졌지만 아직도 곳곳에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이웃 종교에 대한 서로 간의 존중심이 우담바라 꽃만큼이나 귀하고 상서롭게 여겨졌답니다.
장정애(마리아고레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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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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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송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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