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민족·화해·일치] 망향단에서 통일미래를 보다 / 김영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이곳에 오면 강 건너 우리 동네 느티나무가 보입니다.” 26세에 교동도로 피난 온 올해 92세 되신 마티아 어르신께서 교동도 지석리 망향단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북한땅을 향해 외치는 말이다. 마티아 어르신은 고향 생각 날 때마다 망향단에 와서 고향마을의 느티나무를 바라보곤 하신다. 3면이 한강하구에 둘러싸여 있는 교동도는 어디를 가든 쉽게 북한을 조망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교동대교가 놓여지고 많은 수도권 주민들이 교동도를 찾는다. 연말을 맞아 망향단을 찾는 사람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났다. 연로하신 실향민 어르신들이 자녀들을 앞세우고 강 건너 고향을 향해 하직 인사하듯 망향단에 올라 큰절을 올린다. 얼마 전만 해도 도시에서 살아오신 실향민들이 단체로 이곳에 와서 망향제를 지냈다. 이제 연로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새로운 세대들이 망향단을 찾고 있다.

평화와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차세대 통일지도자 연수를 위해 다양한 지역 학교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교동도까지 오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면도 있지만 교동도는 평화인성교육과 통일체험연수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조망하면서 자연생태 속에서 걸을 수 있는 평화나들길이 있고 실향민들의 삶의 현장인 대룡시장을 견학할 수 있다.

특히 의미 있는 것은 실향민 어르신들의 고향 이야기를 직접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을 경험하고 교동을 열심히 간척하고 대룡시장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오신 값진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재미있고 감동을 준다. 차세대들은 평화교육과 통일체험을 통해 실향민 어르신들의 통일 염원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교동도의 최북단에 있는 지석초등학교는 ‘통일미래 꿈나무 평통이들’을 양성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실향민들의 강 건너 고향을 어느덧 통일미래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꿈을 간직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차세대들에게는 이념교육보다 평화인성교육과 통일체험학습이 통일지도자 양성에 필요한 내용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체제 경쟁으로 인한 우월감이나 적대감을 지양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 능력, 나눔과 협동심을 배양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보며 열심히 일한 보람과 아쉬움을 느끼며 희망찬 새해를 맞는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대림시기 동안 오시는 주님을 맞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고 기다리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맞는다. 올해도 무한한 사랑으로 인류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맞으며, 이 시간 전쟁과 내전 그리고 재해와 각종 폭력으로 가족과 삶의 자리를 잃어버린 난민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안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유년 새해에는 교동도 지석리의 망향단이 잃어버린 고향이 아닌 통일미래의 동반자를 그리워하는 전망대로 전환되는 것을 꿈꾸어 본다.
김영애(데레사) (사)새우리누리 평화운동 대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6-12-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이사 49장 6절
나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