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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조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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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 한 개그프로그램에 꽤 오래전 “감사합니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중국어 쉐쉐~”를 중간중간 율동과 함께 선보이며 일상생활의 감사함을 풍자와 곁들여 풀어내는 순서였다. 때로는 어이없는 상황에 감사하다고 해 헛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별걸 다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워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왜 북유럽같이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고 인간을 배려하는 나라에 태어나지 못했나”라며 푸념하곤 했다. 이 말을 들은 주변 친구들은 “시리아에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하라”고 했다. 이후 그 푸념은 마음속에서만 맴돌다 사라지곤 한다.

친구들이 말한 시리아의 상황은 심각하다 못해 비참하다. 특히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 사진을 봤을 땐 북유럽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푸념하는 내가 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왜 전쟁과 아무 상관없는 어린이가 저런 고통을 겪어야 하나. 왜 인간이 인간을 저렇게 참혹한 상황에 몰아넣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생각에 무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단지 시리아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내가 무력감에 빠져 있는 동안 누군가는 “인간 하나하나는 존엄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57항 참조)는 사실을 기억하며 무엇이든 하고 있었다. 생색도 내지 않은 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끼는 물건도 내놓고 500원을 모으기도 한다. 나도 한 번 다짐을 해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력감에 빠져 있기보다 하루에 100원이라도 모아 난민 돕기에 보태야겠다. 이제 무력감에서 좀 벗어나는 것 같다. 감사하다.


조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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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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