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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나선의 미학 / 홍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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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으로 이루어진 획일적인 공간들을 감옥에 비유하여 “직선은 신의 부재를 뜻하며 부도덕하다”라고 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1928~2000년)의 전시장에 다녀왔다. 어린 시절 유다인 어머니로 인해 목격한 학살과 탄압의 경험은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표명되며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한다.

색채의 마술사인 그는 특유의 색감으로 생명의 다양함과 무한함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은 ‘나선(헬릭스)’에 있다. 소용돌이 모양을 한 3차원 공간의 커브,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나선은 처음과 끝이 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그의 나선은 생명과 죽음의 영원한 순환을 상징한다.

그가 직선을 혐오한 이유는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인데 ‘자연에는 직선이 없으며, 인간은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는 신념을 건축에 적용하여 ‘건축치료사’로도 불리운다. 그는 나무 심을 땅에 집을 지었으니 나무에게 땅을 돌려주어야 한다며 건물의 옥상이나 내부에 나무를 심어 ‘나무세입자’를 탄생시켰고 작품을 판매한 기금으로 6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의 인간과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이라는 신념으로 제작한 “당신은 자연에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의 포스터 문구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훈데르트바서는 2000년, 71세의 일기로 지상에서의 생을 마감한 후, 뉴질랜드의 ‘행복한 죽음의 정원’의 튤립나무 아래로 회귀하였다. 그의 작업과 일관된 삶에 경의를 표한다.

홍희기(미카엘라) 갤러리1898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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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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